박민수(Min Soo, Park)는 뉴욕에 기반을 둔 한국인 감독으로, 그의 작품은 뮤직 비디오와 패션 필름,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는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인물들의 원기왕성한 에너지와 진정성이 반영된 이야기 등을 영상미로 표현한다.
최신작인 스위스 예술가 ‘루카스 크레헨’에 대한 초상 다큐멘터리 <Merlin> (2022)은 로마 국제 단편 영화제, 뉴욕 국제 영화제, 베를린 인디 영화제, 도쿄 국제 단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뉴욕 허드슨에서 열린 ‘뉴 디렉터스/뉴비전스 단편 영화제’에서 상영된 한국 재즈 피아니스트 ‘용리’의 뮤직비디오와, 세계에서 가장 큰 문신 잡지인 ‘TTTIsm’에 특집된 ‘로맨틱 타투 아티스트 브루노 레비(6분)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바이스, 푸마, 서울대, SESINKO 등 다양한 고객들과 함께 작업했다.
<대표작>
Merlin
Romantic Tattoo Artist: Bruno Revy
What It’s Like To Be A Creative In Seoul
D 만나뵙게 되어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반갑습니다, 디깅매거진 독자 여러분! 서울과 뉴욕에서 활동하며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박민수입니다. 저는 뮤직비디오, 패션 캠페인, 숏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들을 만들고 있어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스스로를 숏 폼(short-form) 영상 감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해요. 최근에는 뮤직비디오 작업들을 재밌게 하고 있고요.
D 처음 카메라를 잡은 시기는?
사진은 중학교 때, 아버지 DSLR로요. 영상 기능이 없어서 사진만 찍었어요. 처음으로 영상을 재밌게 찍었던 기억은, 제 슬라이드 핸드폰으로 찍은 거예요. 하하. 슬라이드요. 친한 친구랑 핸드폰으로 영상을 연출했어요. 그때 ‘플레이그라운드’라는 밴드를 만들었거든요. 맨날 놀이터에서 만나가지고요. (웃음) 기타를 가지고 안양천에 가서 뮤직비디오를 찍곤 했어요. 캠코더를 사서 영상을 찍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 미국에 왔을 때예요. 고등학교 비디오 클럽에 들어갔죠. 그때부터 쭉 영상을 찍고, 최근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영화과에서 공부를 하고 얼마 전에 졸업했어요.
D 뮤직비디오 작품이 많은데.
‘빈센트 문 Vincent Moon’이라는 프랑스 감독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분이에요. 빈센트 문 감독은 원 테이크 라이브 쇼를 촬영해서 수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을 유튜브에 올렸어요. 저는 그것들을 보고 자랐고요. 그때부터 뮤지션들을 찍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최근엔 음악을 하는 분들에게 영상이 꼭 필요한 시대이기도 해서 연락도 많이 오지만, 저도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뮤직비디오는 영화적인 문법을 무조건적으로 따르지 않아도 되고, 기타 제약이 심하지 않아 즐겁게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서 노는 것 같아서 재밌어요. (웃음) 놀면서 작업하는 느낌이죠. 활동하면서 많은 친구들이 생겼어요. 다양한 음악도 접하게 되고요. 음악과 비디오가 합쳐져 새로운 느낌을 주는 부분도 뮤직비디오 작업이 매력적인 이유죠. 음악과 영상이 하나가 될 때 느껴지는 특별한 기분이 있어요. 그래서 더 애정이 가고, 작업이 즐거운 분야이기도 해요.
빈센트 문(Vincent Moon) 감독
D 작품은 어떤 동기로 제작하는지?
뮤직비디오와 캠페인 영상들은 의뢰가 들어오면 시작해요. 가끔씩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야 하는 작업의 양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면 개인작업을 하고요. <Merlin>은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순전히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이었어요. 개인 작업은 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을 때, 조금 더 오래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 같아요.
D 최근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Merlin> (2022)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Merlin>은 진정한 행복을 찾는 사람의 초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예요.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 루카스와는 2019년 ‘트라이벌 개더링(Tribal Gathering)’에서 인연이 생겼어요. 당시 제가 찾고 있던,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 같은 모습-“맘껏 먹고 사랑하고 춤추자”-을 루카스에게서 발견하고 큰 매력을 느꼈어요. 직관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이었죠. 2021년 겨울, 졸업 작품으로 스위스에서 루카스와 함께 <Merlin>을 만들게 됐어요. 제게는 ‘조르바’가 루카스에게는 마법사 ‘Merlin 멀린’이었어요. (웃음) <멀린>은 우리가 정말 되고 싶은, 순간 속에서 존재하는 모습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예요.
D 최근의 작품들 중 기억에 남는 2~3개와 이유?
최근 작업물 중 ‘You Found Me’라는 뮤직비디오는 친구 사이에 있는 약간의 로맨틱한 감정, 사랑스러운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에요. 봄 날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상이죠. 기분좋은 봄에 달콤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으니까 몽글몽글하니 좋더라고요.
G1nger - You Found Me
또 ‘Chris 56’의 ‘Mr. Officer’ 뮤직비디오가 무척 즐거웠어요. 영화 <파이트 클럽 Fight Club> 느낌의 흥미진진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남자들이 창고에 모여 싸우는 클럽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재밌었어요. 뮤직비디오를 찍은 것 중 제일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어 약간 뿌듯한 것도 있고요, 잔잔한 작업을 이어오다가 2000년대 록 음악 느낌에 잘 어울리는, 역동감 넘치는 영상을 오랜만에 만들어서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죠.
싸움 씬 작업은 파이트 코디네이팅을 전문으로 하는 ‘잭스 Jax’라는 중국인 친구와 협업했는데, 카메라에 맞게끔 액션을 다 짜 주더라고요. 신기하고 대단했어요. 여기엔 뮤지션이 병으로 상대편의 머리를 깨는 장면도 있어요. 이때 처음으로 촬영 소품용 유리병(설탕으로 제작)을 사서 사용해 봤고요. 혹시나 누가 다칠까 봐 다들 조마조마해 하면서 재밌게 촬영한 기억이 나요. (웃음)
‘Chris 56 - Mr. Officer
<What It’s Like To Be A Creative In Seoul>이라는 다큐에도 애정이 많아요. 일 년 동안 한국에서 영상 작업을 열심히 하다가 미국에 가기 전 여름에 찍은 건데요.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주변 동료들을 담아보고 싶어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서울에서 예술가로 사는 것은 어떤지 6~7명 정도를 인터뷰한 영상이에요. 서울에 대한 느낌은… 주변에 예술가 친구들이 많았어요. 영상은 서울에 대한 저의 러브레터라고 볼 수도 있죠. (웃음)
D 영상에는 스토리라인, 배경, 색감 등 여러 구성 요소가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저는 보통 컨셉에 맞는 로케이션을 가장 먼저 정해요. 그다음 그에 맞는 캐스팅, 컬러 팔레트를 이용한 소품, 카메라 무빙을 정하는 편이에요. 요즘엔 뮤직비디오 작업에 내러티브를 적용하는 것에 관심이 생겼어요. 내러티브를 구성할 때는 준비를 단단히 할수록 현장에서 제가 즉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스스로 부족하다 싶은 부분들을 메우고,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조금 더 단단히 하고 있어요. 이 단계에서 영상의 어떤 부분에 핵심 가치를 둘지를 생각해 보고 고민하고요.
D 영상감독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콘텐츠 BEST 3는?
청소년기에 유튜브 채널 ‘LA BLOGOTHEQUE(프랑스어로 '블로그 라이브러리'라는 뜻)’의 영상들을 많이 봤어요. 사람들이 접하기 쉬운 공간에서 유명 뮤지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라이브 연주를 하는 영상이에요. 그런 날것의 재밌는 영상들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영상처럼요!
<Bon Iver - Skinny Love>
<Phoenix - 1901>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꿈’을 본 뒤에도 큰 영향을 받았어요. ‘꿈’은 구로사와 감독이 꾸었던 꿈들로 엮어진 영화예요. 어떤 영화를 보고 시간이 지나면 그게 꿈에서 본 건지 영화에서 본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영화가 현실과 꿈을 에매하게 만들어서, 시간이 지나 기억이 무뎌지면 그게 영화인지, 아니면 꿈인지 헷갈리게 되는 거죠. 영화가 주는 많은 느낌 중에서 저는 그 느낌이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영화를 감상하거나, 후에 영화를 다시 돌이켜볼 때 드는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정말 좋아요. 비현실적인 요소를 영화 속 인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게 좋거든요. 꿈 속에서 우리가 그러잖아요. 원래는 엄청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가 전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죠. 그 이후 처음으로 영화라는 ‘미디엄(Medium - 도구, 물감 혹은 매체, 매개체)’이 색다르게 보였어요. ‘시간이 지난 뒤 돌이켜 보았을 때 꿈에서 보았던 것인지 영화에서 보았던 것인지 헷갈리는 것들’, 저에겐 그런 게 좋은 영화 같아요.
#포스터 : 구로사와 아키라 - 꿈
마지막으로 큰 영향을 준 컨텐츠는 주변에서 영상 작업 하시는 분들의 작업물들, 그리고 영화 학교 동료들의 작업물들이에요. 주변 친구들의 작업은 경잼심을 불러일으키도 하고 정말 감탄스럽기도 해요. 저에게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죠.
D 즉흥적인 것과 계획적인 것 중, 추구하는 작업 스타일?
물론 작품마다 다르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혼자서 작업을 많이 해서 촬영을 종종 즉흥적으로 접근했어요. 즉흥적으로 상황을 만들고서 그것을 담아내고 찍는 것도 재밌거든요. 요즘은 준비를 최대한 많이 해서 작업의 완성도를 올리려고 해요. 준비를 많이 할수록 여유가 생기고, 그래서 어떤 특정한 상황 안에서 더 즉흥적일 수 있어요.
D 영감을 위한 루틴, 혹은 디깅 노하우?
쉬는 날 대부분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유튜브, 비메오, 인스타그램, Director’s Library, Nowness 등의 플랫폼에서 뮤직비디오나 숏 다큐들을 감상해요. 종종 영상들을 빠르게 넘겨보면서 느낌이 오는 샷들을 캡쳐해서 저장하기도 하고요. 컴퓨터에는 레퍼런스 폴더를 만들어 놓았어요. 캡처한 이미지들을 작업에 레퍼런스로 사용하기도 하고, 중고등학교 때부터 저장해 놓은 영상들을 가끔씩 돌려보기도 해요. 예전의 감성을 스스로 상기시켜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D 최근 대중적으로나 예술적으로 한국 문화예술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에요. 케이 팝을 선두로 한국의 미디어가 인기가 많아지면서 세계적으로 한국인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뉴욕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저도 얼른 성장해서 이 파도를 타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요. (웃음) 한국의 인디 씬도 외국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앞으로가 기대되기도 해요.
D 요새는 3D 작업을 비롯, 각종 다양한 기기로 영상을 즐기는 게 트렌드인 것 같다.
네. 저는 숏 폼 영상들이 잠깐 소비되고, 인터넷 상에서 그리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부분이 영상을 만들면서 가장 아쉬워요. 그래서 영상이라는 매체를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상영회’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요즘들어 영상을 새롭게 소비할 수 있는 신선한 기술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저도 그런 것들을 이용해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영상의 느낌을 독특하게 전달하는 상영회 같은 걸 만들고 싶네요.
D 현재 주로 다루는 카메라 장비와 시퀀서 프로그램을 알려줄 수 있는지?
카메라는 예산에 따라 다른 기종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직접 촬영을 할 때는 블랙매직 포켓 시네마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어요. 가격도 합리적이고, 편의 기능이 거의 없는 카메라를 쓰다 보니 스스로 더 발전하는 것 같더라고요. 편집과 색보정은 블랙매직에서 나온 다빈치 리졸브를 사용하고 있어요. 블랙매직 네이티브여서 6K BRAW 코덱 플레이백이 아주 부드럽게 잘 돼요.
D 영상 말고도 좋아하는 것들?
기타 치는 거요. (웃음) 편집을 하다가 피곤해지면 저의 음악 부캐 ‘민수공원’이 되어 기타를 치고 노래해요. 한국에 있을 때는 반지를 만들기도 했어요.
*다니엘 - 은방울 cover by 민수공원
D 좋아하는 아티스트 Top 3를 꼽는다면?
Arctic Monkeys의 Alex Turner가 <Submarine>이라는 영화를 위해 만든 앨범을 좋아해요. Tobias Jesso Jr.의 'Goon'이라는 앨범도요. 그리고 요즘은 Joji의 신곡 'Glimpse of Us'를 뮤직비디오와 함께 자주 듣고 있어요.
대학을 졸업하면 일 년간 미국에 머무를 수 있는 허가증이 나오는데요. 이 기간 동안 여기서 최대한 많은 작업을 해보려고 해요. 좀더 머무르고 싶어서 아티스트 비자를 준비하고 있고요. 여기에서 지낼 수 있는 마지막 일 년이 될 수도 있어서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해서 뮤직비디오, 패션 캠페인 등을 많이 만들고, 개인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D 영상을 전공하려고 하거나 작품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유용한 이야기(노하우)가 있다면?
저도 아직 풋내기라. 하하. 최근 학생분들이나 영상을 시작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에게 가끔 메세지가 와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 화상통화나 이메일로 팁이나 조언을 드리기도 하는데요. 아무래도 뭐든 처음 시작할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또 영상 제작이라는 우산 안에는 여러 가지 포지션들이 있다 보니 머리가 아프고 헷갈리는 부분이 많을 거예요. 그런 분들에게는 생각을 줄이고 카메라를 들고서 사람들을 모아서 무언가를 무작정 찍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지금은 소형 카메라들의 기능이 아주 좋아서 미러리스 카메라 한 대만으로도 원하는 것은 다 찍을 수 있거든요. 혼자서도 충분히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만들 수 있어요. 준비 과정부터 촬영, 후반 작업까지 직접 해 보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이 잘 하고 좋아하는 세부적인 롤에 대해 알게 돼요. 덤으로 주변에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D 디깅매거진에서 인터뷰를 했으면 하는 인물?
전에 뮤직비디오 작업을 했던 아티스트 ‘다니엘’을 추천하고 싶어요. 다니엘은 재즈 기타를 전공한 뮤지션이고 캐나다 출신이에요. 다니엘의 밴드는 재즈 기반이에요. 솔로로서의 다니엘 음악은 되게 포크고요.
박민수 (Min Soo, Park)
VIDEO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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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시선이 닿는 것들마다 부드러워진다.
뉴욕과 서울 사이, 화상통화로 진행한
박민수 감독의 따뜻한 미니 인터뷰.
박민수(Min Soo, Park)는 뉴욕에 기반을 둔 한국인 감독으로, 그의 작품은 뮤직 비디오와 패션 필름,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는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인물들의 원기왕성한 에너지와 진정성이 반영된 이야기 등을 영상미로 표현한다.
최신작인 스위스 예술가 ‘루카스 크레헨’에 대한 초상 다큐멘터리 <Merlin> (2022)은 로마 국제 단편 영화제, 뉴욕 국제 영화제, 베를린 인디 영화제, 도쿄 국제 단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뉴욕 허드슨에서 열린 ‘뉴 디렉터스/뉴비전스 단편 영화제’에서 상영된 한국 재즈 피아니스트 ‘용리’의 뮤직비디오와, 세계에서 가장 큰 문신 잡지인 ‘TTTIsm’에 특집된 ‘로맨틱 타투 아티스트 브루노 레비(6분)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바이스, 푸마, 서울대, SESINKO 등 다양한 고객들과 함께 작업했다.
<대표작>
Merlin
Romantic Tattoo Artist: Bruno Revy
What It’s Like To Be A Creative In Seoul
D 만나뵙게 되어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반갑습니다, 디깅매거진 독자 여러분! 서울과 뉴욕에서 활동하며 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박민수입니다. 저는 뮤직비디오, 패션 캠페인, 숏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들을 만들고 있어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스스로를 숏 폼(short-form) 영상 감독을 하고 있다고 소개해요. 최근에는 뮤직비디오 작업들을 재밌게 하고 있고요.
D 처음 카메라를 잡은 시기는?
사진은 중학교 때, 아버지 DSLR로요. 영상 기능이 없어서 사진만 찍었어요. 처음으로 영상을 재밌게 찍었던 기억은, 제 슬라이드 핸드폰으로 찍은 거예요. 하하. 슬라이드요. 친한 친구랑 핸드폰으로 영상을 연출했어요. 그때 ‘플레이그라운드’라는 밴드를 만들었거든요. 맨날 놀이터에서 만나가지고요. (웃음) 기타를 가지고 안양천에 가서 뮤직비디오를 찍곤 했어요. 캠코더를 사서 영상을 찍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때, 미국에 왔을 때예요. 고등학교 비디오 클럽에 들어갔죠. 그때부터 쭉 영상을 찍고, 최근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영화과에서 공부를 하고 얼마 전에 졸업했어요.
D 뮤직비디오 작품이 많은데.
‘빈센트 문 Vincent Moon’이라는 프랑스 감독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분이에요. 빈센트 문 감독은 원 테이크 라이브 쇼를 촬영해서 수많은 뮤지션들의 공연을 유튜브에 올렸어요. 저는 그것들을 보고 자랐고요. 그때부터 뮤지션들을 찍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최근엔 음악을 하는 분들에게 영상이 꼭 필요한 시대이기도 해서 연락도 많이 오지만, 저도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요. 뮤직비디오는 영화적인 문법을 무조건적으로 따르지 않아도 되고, 기타 제약이 심하지 않아 즐겁게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서 노는 것 같아서 재밌어요. (웃음) 놀면서 작업하는 느낌이죠. 활동하면서 많은 친구들이 생겼어요. 다양한 음악도 접하게 되고요. 음악과 비디오가 합쳐져 새로운 느낌을 주는 부분도 뮤직비디오 작업이 매력적인 이유죠. 음악과 영상이 하나가 될 때 느껴지는 특별한 기분이 있어요. 그래서 더 애정이 가고, 작업이 즐거운 분야이기도 해요.
빈센트 문(Vincent Moon) 감독
D 작품은 어떤 동기로 제작하는지?
뮤직비디오와 캠페인 영상들은 의뢰가 들어오면 시작해요. 가끔씩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야 하는 작업의 양이 너무 많다고 느껴지면 개인작업을 하고요. <Merlin>은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순전히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이었어요. 개인 작업은 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을 때, 조금 더 오래 생각하고 시작하는 것 같아요.
D 최근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한 <Merlin> (2022)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Merlin>은 진정한 행복을 찾는 사람의 초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예요. 영상 속에 등장하는 인물 루카스와는 2019년 ‘트라이벌 개더링(Tribal Gathering)’에서 인연이 생겼어요. 당시 제가 찾고 있던,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 같은 모습-“맘껏 먹고 사랑하고 춤추자”-을 루카스에게서 발견하고 큰 매력을 느꼈어요. 직관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이었죠. 2021년 겨울, 졸업 작품으로 스위스에서 루카스와 함께 <Merlin>을 만들게 됐어요. 제게는 ‘조르바’가 루카스에게는 마법사 ‘Merlin 멀린’이었어요. (웃음) <멀린>은 우리가 정말 되고 싶은, 순간 속에서 존재하는 모습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예요.
D 최근의 작품들 중 기억에 남는 2~3개와 이유?
최근 작업물 중 ‘You Found Me’라는 뮤직비디오는 친구 사이에 있는 약간의 로맨틱한 감정, 사랑스러운 느낌을 표현한 작품이에요. 봄 날씨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상이죠. 기분좋은 봄에 달콤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으니까 몽글몽글하니 좋더라고요.
G1nger - You Found Me
또 ‘Chris 56’의 ‘Mr. Officer’ 뮤직비디오가 무척 즐거웠어요. 영화 <파이트 클럽 Fight Club> 느낌의 흥미진진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남자들이 창고에 모여 싸우는 클럽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재밌었어요. 뮤직비디오를 찍은 것 중 제일 많은 사람들이 투입되어 약간 뿌듯한 것도 있고요, 잔잔한 작업을 이어오다가 2000년대 록 음악 느낌에 잘 어울리는, 역동감 넘치는 영상을 오랜만에 만들어서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죠.
싸움 씬 작업은 파이트 코디네이팅을 전문으로 하는 ‘잭스 Jax’라는 중국인 친구와 협업했는데, 카메라에 맞게끔 액션을 다 짜 주더라고요. 신기하고 대단했어요. 여기엔 뮤지션이 병으로 상대편의 머리를 깨는 장면도 있어요. 이때 처음으로 촬영 소품용 유리병(설탕으로 제작)을 사서 사용해 봤고요. 혹시나 누가 다칠까 봐 다들 조마조마해 하면서 재밌게 촬영한 기억이 나요. (웃음)
‘Chris 56 - Mr. Officer
<What It’s Like To Be A Creative In Seoul>이라는 다큐에도 애정이 많아요. 일 년 동안 한국에서 영상 작업을 열심히 하다가 미국에 가기 전 여름에 찍은 건데요. 서울에 머무르는 동안 주변 동료들을 담아보고 싶어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서울에서 예술가로 사는 것은 어떤지 6~7명 정도를 인터뷰한 영상이에요. 서울에 대한 느낌은… 주변에 예술가 친구들이 많았어요. 영상은 서울에 대한 저의 러브레터라고 볼 수도 있죠. (웃음)
D 영상에는 스토리라인, 배경, 색감 등 여러 구성 요소가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저는 보통 컨셉에 맞는 로케이션을 가장 먼저 정해요. 그다음 그에 맞는 캐스팅, 컬러 팔레트를 이용한 소품, 카메라 무빙을 정하는 편이에요. 요즘엔 뮤직비디오 작업에 내러티브를 적용하는 것에 관심이 생겼어요. 내러티브를 구성할 때는 준비를 단단히 할수록 현장에서 제가 즉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스스로 부족하다 싶은 부분들을 메우고,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조금 더 단단히 하고 있어요. 이 단계에서 영상의 어떤 부분에 핵심 가치를 둘지를 생각해 보고 고민하고요.
D 영상감독의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콘텐츠 BEST 3는?
청소년기에 유튜브 채널 ‘LA BLOGOTHEQUE(프랑스어로 '블로그 라이브러리'라는 뜻)’의 영상들을 많이 봤어요. 사람들이 접하기 쉬운 공간에서 유명 뮤지션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라이브 연주를 하는 영상이에요. 그런 날것의 재밌는 영상들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영상처럼요!
<Bon Iver - Skinny Love>
<Phoenix - 1901>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꿈’을 본 뒤에도 큰 영향을 받았어요. ‘꿈’은 구로사와 감독이 꾸었던 꿈들로 엮어진 영화예요. 어떤 영화를 보고 시간이 지나면 그게 꿈에서 본 건지 영화에서 본 건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영화가 현실과 꿈을 에매하게 만들어서, 시간이 지나 기억이 무뎌지면 그게 영화인지, 아니면 꿈인지 헷갈리게 되는 거죠. 영화가 주는 많은 느낌 중에서 저는 그 느낌이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영화를 감상하거나, 후에 영화를 다시 돌이켜볼 때 드는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정말 좋아요. 비현실적인 요소를 영화 속 인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게 좋거든요. 꿈 속에서 우리가 그러잖아요. 원래는 엄청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가 전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죠. 그 이후 처음으로 영화라는 ‘미디엄(Medium - 도구, 물감 혹은 매체, 매개체)’이 색다르게 보였어요. ‘시간이 지난 뒤 돌이켜 보았을 때 꿈에서 보았던 것인지 영화에서 보았던 것인지 헷갈리는 것들’, 저에겐 그런 게 좋은 영화 같아요.
#포스터 : 구로사와 아키라 - 꿈
마지막으로 큰 영향을 준 컨텐츠는 주변에서 영상 작업 하시는 분들의 작업물들, 그리고 영화 학교 동료들의 작업물들이에요. 주변 친구들의 작업은 경잼심을 불러일으키도 하고 정말 감탄스럽기도 해요. 저에게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죠.
D 즉흥적인 것과 계획적인 것 중, 추구하는 작업 스타일?
물론 작품마다 다르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혼자서 작업을 많이 해서 촬영을 종종 즉흥적으로 접근했어요. 즉흥적으로 상황을 만들고서 그것을 담아내고 찍는 것도 재밌거든요. 요즘은 준비를 최대한 많이 해서 작업의 완성도를 올리려고 해요. 준비를 많이 할수록 여유가 생기고, 그래서 어떤 특정한 상황 안에서 더 즉흥적일 수 있어요.
D 영감을 위한 루틴, 혹은 디깅 노하우?
쉬는 날 대부분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유튜브, 비메오, 인스타그램, Director’s Library, Nowness 등의 플랫폼에서 뮤직비디오나 숏 다큐들을 감상해요. 종종 영상들을 빠르게 넘겨보면서 느낌이 오는 샷들을 캡쳐해서 저장하기도 하고요. 컴퓨터에는 레퍼런스 폴더를 만들어 놓았어요. 캡처한 이미지들을 작업에 레퍼런스로 사용하기도 하고, 중고등학교 때부터 저장해 놓은 영상들을 가끔씩 돌려보기도 해요. 예전의 감성을 스스로 상기시켜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D 최근 대중적으로나 예술적으로 한국 문화예술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에요. 케이 팝을 선두로 한국의 미디어가 인기가 많아지면서 세계적으로 한국인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뉴욕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저도 얼른 성장해서 이 파도를 타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요. (웃음) 한국의 인디 씬도 외국인들이 좋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은 것 같아서 앞으로가 기대되기도 해요.
D 요새는 3D 작업을 비롯, 각종 다양한 기기로 영상을 즐기는 게 트렌드인 것 같다.
네. 저는 숏 폼 영상들이 잠깐 소비되고, 인터넷 상에서 그리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부분이 영상을 만들면서 가장 아쉬워요. 그래서 영상이라는 매체를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상영회’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요즘들어 영상을 새롭게 소비할 수 있는 신선한 기술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저도 그런 것들을 이용해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영상의 느낌을 독특하게 전달하는 상영회 같은 걸 만들고 싶네요.
D 현재 주로 다루는 카메라 장비와 시퀀서 프로그램을 알려줄 수 있는지?
카메라는 예산에 따라 다른 기종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직접 촬영을 할 때는 블랙매직 포켓 시네마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어요. 가격도 합리적이고, 편의 기능이 거의 없는 카메라를 쓰다 보니 스스로 더 발전하는 것 같더라고요. 편집과 색보정은 블랙매직에서 나온 다빈치 리졸브를 사용하고 있어요. 블랙매직 네이티브여서 6K BRAW 코덱 플레이백이 아주 부드럽게 잘 돼요.
D 영상 말고도 좋아하는 것들?
기타 치는 거요. (웃음) 편집을 하다가 피곤해지면 저의 음악 부캐 ‘민수공원’이 되어 기타를 치고 노래해요. 한국에 있을 때는 반지를 만들기도 했어요.
*다니엘 - 은방울 cover by 민수공원
D 좋아하는 아티스트 Top 3를 꼽는다면?
Arctic Monkeys의 Alex Turner가 <Submarine>이라는 영화를 위해 만든 앨범을 좋아해요. Tobias Jesso Jr.의 'Goon'이라는 앨범도요. 그리고 요즘은 Joji의 신곡 'Glimpse of Us'를 뮤직비디오와 함께 자주 듣고 있어요.
플레이리스트 - 박민수 감독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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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앞으로의 활동 계획?
대학을 졸업하면 일 년간 미국에 머무를 수 있는 허가증이 나오는데요. 이 기간 동안 여기서 최대한 많은 작업을 해보려고 해요. 좀더 머무르고 싶어서 아티스트 비자를 준비하고 있고요. 여기에서 지낼 수 있는 마지막 일 년이 될 수도 있어서 지금 현재 최선을 다해서 뮤직비디오, 패션 캠페인 등을 많이 만들고, 개인작업도 해보고 싶어요.
D 영상을 전공하려고 하거나 작품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유용한 이야기(노하우)가 있다면?
저도 아직 풋내기라. 하하. 최근 학생분들이나 영상을 시작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에게 가끔 메세지가 와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 화상통화나 이메일로 팁이나 조언을 드리기도 하는데요. 아무래도 뭐든 처음 시작할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또 영상 제작이라는 우산 안에는 여러 가지 포지션들이 있다 보니 머리가 아프고 헷갈리는 부분이 많을 거예요. 그런 분들에게는 생각을 줄이고 카메라를 들고서 사람들을 모아서 무언가를 무작정 찍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지금은 소형 카메라들의 기능이 아주 좋아서 미러리스 카메라 한 대만으로도 원하는 것은 다 찍을 수 있거든요. 혼자서도 충분히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만들 수 있어요. 준비 과정부터 촬영, 후반 작업까지 직접 해 보고, 그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이 잘 하고 좋아하는 세부적인 롤에 대해 알게 돼요. 덤으로 주변에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D 디깅매거진에서 인터뷰를 했으면 하는 인물?
전에 뮤직비디오 작업을 했던 아티스트 ‘다니엘’을 추천하고 싶어요. 다니엘은 재즈 기타를 전공한 뮤지션이고 캐나다 출신이에요. 다니엘의 밴드는 재즈 기반이에요. 솔로로서의 다니엘 음악은 되게 포크고요.
D 마지막으로 디깅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만나뵙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작품 더 감상하기 >>
https://www.minsoopark.me/
https://www.youtube.com/c/MinSooPark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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