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너무 못 하는 것도 재능? : The Shag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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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자파와 커트 코베인의 사랑을 받은 진정한 프로토 펑크 밴드






좋은 음악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구조적으로 정교한 음악을 좋아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진실한 감정을 표출하거나 자신이 공감하는 음악을 좋아할 수도 있다. 한편 취향을 떠나 뮤지션이라고 하면 일단 음악에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쏟아 실력을 갖춘 사람들을 떠올리곤 한다. 이에 반기를 들고 생겨난 것이 펑크(Punk)다. 펑크는 누구나 파워 코드 몇 개만 알면 곡을 쓸 수 있고, 정교한 연주보다 삶의 태도나 감정의 분출을 중요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펑크의 시작점은 어떤 밴드일까. 보통 1960년대 말에 등장한 The Stooges나 MC5 같은 밴드들을 생각하지만 이들보다 더 ‘펑크’의 태도에 부합하는 밴드가 있다. 바로 The Shaggs다. 1968년부터 1975년까지 활동한 이들은 세 자매로 구성된 밴드인데 결성 계기가 특이하다.


The Shaggs - Philosphy of the world



그들의 할머니가 젊은 시절 손금을 봤는데 아들 Austin Wiggin은 붉은 빛이 도는 금발의 여자와 결혼을 하고, 그녀가 죽고 두 딸을 낳게 되는데 그들은 세계적인 밴드가 된다는 점괘를 얻었다. 신기하게도 Austin은 붉은 빛이 도는 금발의 여성과 결혼을 했고, 어머니의 사망 후 두 딸을 얻게 된다. 그래서 그는 예언을 믿고서 딸들에게 학교까지 그만두게 하고 음악 교육에 매진한다. 그의 바람과는 달리 딸들은 음악에 별 재능도, 흥미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뜻을 밀어붙여 기어코 The Shaggs(부스스한 머리들)라는 밴드명을 지어주고 앨범까지 발매한다.





앨범 녹음 과정은 엉망이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작곡도, 연주도 가창도 되지 않는 밴드가 성공할 리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작비와 발매 예정이었던 1,000장의 음반 중 900장을 LP제작업자가 가지고 도망간다. Austin은 남은 100장을 지역 방송국에 배포하며 딸들을 라디오 방송국 등에 출연시키고자 했으나 다들 무관심하기만 했다. 이후 The Shaggs는 로컬 밴드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활동하다 아버지 Austin의 사망으로 해체한다. 이렇게 예언은 빗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점차 희한한 일들이 벌어진다. 프랭크 자파(Frank Zappa)가 1970년대 초반 한 방송에 나와 좋아하는 곡들을 연주했는데 The Shaggs의 곡들이 있었다. 80년대 이후, 그들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뮤지션들에 의해서 재조명받기 시작했고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은 그들의 앨범을 자신의 최고의 앨범 50개 중 5위로 뽑기도 했다.



The Shaggs - My Pal Foot Foot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어떤 면에서는 프리재즈 같기도 하고, 기존 음악의 범주는 확실히 벗어났다. 드럼은 당최 BPM을 지키는 법이 없다. 기타는 억지로 치는 듯 튜닝도 나가 있고 무성의하다. 음정이 안 맞는 보컬은 이들의 불완전함을 더욱 견고하게 해준다. 역시 무엇을 하든 컨셉은 확실히 해야 하는 것일까. 그들도 자신들이 재평가를 받게 되고 유명해지자,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됐다고 한다.





현재 보컬 겸 기타 도로시 위긴(Dorothy Wiggin)과 베티 위긴(Betty Wiggin)이 생존해 있고, 2017년엔 미국의 밴드 Wilco의 큐레이션으로 재결성 공연을 하기도 했다. 결국 세 자매의 아버지가 이루길 염원했던 예언은 뒤늦게 이뤄졌다. 우리의 삶에도 이렇게 농담 같은 일이 또 일어날지 누가 알까? 일단 해보는 수밖에.




SUNG BI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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