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레딩 2006] Arctic Monkeys의 공연, 군중의 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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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디의 황금기] ep.5 

Arctic Monkeys의 공연, 군중의 광기


Tommy Powell




영국 레딩, 2006년, 허허벌판에 세워진 무대 하나에 약 7만 4천 명의 인파가 모였다. 


요즘은 모든 록 음악 팬들이 Alex Turner와 그의 밴드를 알고 있다. 올백 머리, 가죽 자켓, 클래식 ‘록 스타’ 이미지, 노래방에 가면 재미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들...


Arctic Monkeys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공연하고 세계 각지에 팬층을 거느리게 되었다. The Beatles, Pink Floyd, Nirvana, Oasis, Radiohead... 큰 밴드는 큰 밴드가 될 운명을 타고난다. 불꽃처럼 번뜩이는 뭔가가 있고, 뜨고 나면 성공은 예정되어 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니까. 


2006년 8월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악틱 몽키스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밴드였다. TV에도 안 나왔고, 지면상의 인터뷰 몇 개밖에 없었고, 기사에 나온 사진도 몇 개밖에 없었고, 그저 노래, 가사, 에너지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희한했다. 스무 살짜리 네 명이 7만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다니. 군중은 극단적이고 격정적이고 해방감 넘치고 거칠고 과격했다.


인파는 밴드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밀려들기 시작했다. The Streets가 무대에서 내려오면서부터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이 발을 질질 끌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누가 봐도 술에 쩔어 있는, 해적 모자를 쓴 반라의 남자 몇명 이 내 왼쪽에서 사람들을 강제로 밀치며 나아가고 있었다. 등 뒤에서 밀려오는 압력이 점점 가중될수록 나는 몸을 안정시키기 위해 앞사람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이후로는, 말하자면, 난폭해졌다. 나는 아드레날린이 차고 넘치는 상태였고, 어마어마한 군중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몇달간 행복을 주었던 밴드와 함께 노래를 불러보고 싶었고, 맨 앞에서 보고 싶었다. 그건 거기에 모인 모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압력이 증가하면서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몇 분이 지나고 주위에서 이상한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는데, 곧 이것이 몇 천명의 땀이 밤 공기 속으로 증발하여 생긴 현상임을 깨달았다. 몹시 목이 마르다는 것도. 몇시간 동안 물을 못 마신 상태에서 거대한 인간들의 덩어리 속에 파묻혀 있자니 엄청나게 더웠다. 


바리케이트에 선 보안담당자들은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춘 것 같았다. 쉴새없이 물컵을 관객에게 나누어 주었다. 팔을 내밀면 누군가 한 컵을 건네주는 식이었다. 그때껏 경험해 본 적도, 그 이후로도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일이 생겼다. 가끔은 한 모금 마시고, 가끔은 시원해지라고 얼굴에 조금만 부었는데, 다들 반드시 컵에 물을 남기고 뒷사람에게 전해주었다.


내가 느끼는 것들을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할 수 있었다. 우리는 마치 한 몸 같았다. 자기가 필요한 물만 마시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물을 뒤로 보냈다. 순수한 본능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이것이 알고 보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는 깨달음까지 얻었는데, 순간 - 왼쪽이 허물어지면서 군중이 솟구쳐 오르고, 몸이 옆으로 10미터가량 붕 떠가는데, 누군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 사람이 짜부라지지 않도록 자리를 내어주려 힘껏 밀어낸다.


‘쟤 좀 일으켜 봐!’

해적 모자를 쓴 남자의 술 취한 표정이 공포로 하얗게 질렸다. 바닥에 널부러진 남자의 어깻죽지를 주위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또다시 군중이 용솟음치고 누군가 10미터 오른쪽으로 날아가는데, 이번엔 내가 내 다리에 걸려 넘어지고 필사적으로 팔을 뻗다가 잡힌다. 선홍색 레게머리를 한 여자가 내 팔을 잡고 있다.


‘괜찮아?!’

‘어... 어. 괜찮아. 고마워!’


이미 지쳐버린 사람들도 슬슬 생겨나고 있지만, 여기서 그냥 걸어 나갈 수는 없다. 나가는 방법은 하나뿐. 사람들 위로 올라가 크라우드 서핑을 해서 앞에 있는 바리케이트를 넘어가야 한다. 그래서 울부짖는 사람들의 행렬이 끝없이 머리 위로 흘러가는 것이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너무 축축했다. 너무 더웠다. 물을 전달받는다. 한입 홀짝이고 얼굴에 끼얹고서 뒤로 전달한다. 가끔은 어깨에 올라온 누군가의 발을 느끼고서, 눈물로 범벅된 사람을 하나씩 앞으로, 출구를 향해 보낸다. 밴드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 


Arctic Monkeys의 음반에 있는 노래 중 조용한 노래는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했다. ‘Riot Van’이란 노래인데, 만약에 그 노래를 첫곡으로 부른다면 군중이 몇 분 동안만이라도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몇 분만이라도 숨을 좀 제대로 쉬고 싶었다. 잠시만이라도 숨을 잘 쉬고 나면, 그 뒤엔 뭐든지 다 참을 수 있을 것 같아! Arctic Monkeys! 이 군중을 보라구! ‘Riot Van’만 불러준다면 우리 모두 감사히 잠깐씩 쉴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나면 다시 재미있게 놀면 되잖아?


제발. ‘Riot Van’을... 제발..


밴드가 나왔다. 인파가 견딜 수 없을만큼 압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Riot Van..’을 제발...

밴드가 기타들을 집어들었다.


우릴 좀 봐 줘. 괴로운 님들의 팬들을.

제발. ‘Riot Van’...


틱 틱 틱 틱 뜨드드!

아니나 다를까…... Arctic Monkeys의 노래 중 bpm이 가장 높은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로 시작했다. 아… 안 돼. 인산인해의 난장판은 동시다발적으로 시동을 켜 버렸다. 압력은 두 배로 심해졌고, 숨을 들이쉬려면 뻐끔거려야 했고, 숨을 내뱉으려면 쉰 소리로 가사를 가늘게 삐약거려야 했다. 와... 씨발. 


Arctic Monkeys가 이렇게 큰 관중 앞에서 공연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관중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여태껏,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우리는 모두 함께 첫 경험을 한 것이다. 생명의 본질 자체인 숨 쉬기조차 어려웠지만, 그 순수한 광기만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 시점까지만 해도 그저 신비로운 밴드였다. 인터뷰, 라이브 뮤비, 밴드 사진도 몇개 밖에 없었는데 바로 앞에서 그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 나는 밴드를 잘 볼 수 있었다. Alex Turner는... 평범해 보였다. 하고 다니는 행색이 당시의 나와 비슷했다. 긴팔 티셔츠, 파란 청바지, 유행 따위 무시해버리는 긴 머리, Dave Grohl의 워너비 꼬마들 스타일이었달까. 





Arctic Monkeys - Live at Reading Festival 2006 (Full Concert)



2번째 곡을 하다가 밴드가 갑자기 멈췄다.

‘아니 근데... 너네 괜찮아??’ 


와! 우리의 고통을 인정하셨다! 무대에서 내려다 본 우리는 정말 망가질대로 망가진 모습이었을 거다. 연주를 일 초만 멈췄는데도, Alex는 그 꼴을 보고서 기겁한 것 같았다.


공연은 계속되었다. 격했다. 사방에서 눌러오는 압력 때문에 양쪽 발을 땅에서 떼어도 직립을 유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과연 몇 번 해보았는데, 정말로 그러했다. 


Alex가 ‘아니... 괜찮아? 앞에 있는 얼굴들 좀 봐 씨발’ 이라고 말했다. 그가 어떤 미친 광경을 봤는지는 그저 상상할 뿐. 나만큼이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자기가 빚어낸 매니아들의 인파를 직면하면서. 아니, 이 광기는 우리 모두가 빚어낸 것이기도 했다.


공연이 계속될수록 나도 점점 앞으로 밀려갔다. 숨을 들이쉬며 뻐끔거리기. 노래하며 내쉬기. 물을 마시기. 물을 뒤로 보내기. 크라우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 머리를 발로 찼는데, 더 이상 울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였다. 완전히 의식을 잃고 축 늘어져서 마치 시체들 같았다. 나는 그들을 앞으로 보내며 버텼다. 그러다 옆에 있던 빨강 레게머리 여자가 갑자기 힘이 쑥 빠지며 무너졌다. 이 친구는 여기까지였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그녀를 들어올려주는 것을 거들었다.


동지여, 잘 가시게! 같이 맨 앞줄까지 갈 수 있을 줄 알았네. 너의 몫까지 내가 앞으로 가 주지!

50분짜리 공연이었는데 사람들이 갈수록 포기해서 나는 세번째 줄에 도달했다. 이어서...


드럼 롤이다! Arctic Monkeys 음반의 마지막 노래인 ‘A Certain Romance’다. 공연의 마지막 노래일 것이 분명했다! 시간이 별로 없는데, 바로 이때, 빠져나갈 구멍이 보였다. 최후의 영웅적인 동작으로 팔을 내뻗어서 바리케이트를 잡았다. 절박하게 한번 더 몸을 당겼더니, 맨 앞줄이었다!  


앞줄이다! 성공! 내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드디어 깨끗하고 시원한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몸이 고장난 것 같았지만 날아갈 듯 기뻤다. 버텼다… 정말로 해냈다! 맨 앞줄까지 왔다!


‘A Certain Romance’가 끝났다. 밴드가 무대에서 내려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 남은 힘으로 검지를 치켜올려 어깨 너머 윗쪽을 가리켰다. 내 뒤에 있던 사람들은 나의 요청에 응하였다. 그들은 나를 바리케이트 위로 올렸고, 나는 비로소 그곳을 빠져나왔다. 


캠프를 향해 걸어가는 길은 추웠고, 나는 쫄딱 젖어 있었고, 의식이 혼미한 상태였다. 

소음, 치솟는 불길.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나는 텐트 안에 들어와 있었다. Muse가 바람을 타고 귓가에 흘러 들어왔다. 

온몸이 으스러졌지만 마음만큼은 날아갈 듯 기뻤다. 잠을 청했다.


[다음 호에 계속]







—————-


Reading, England, 2006, some field.


A stage


Probably 70,004 people.


In retrospect it all seems so obvious. Arctic Monkeys, that big band that played at the London 2012 Olympics, fans the world over, but so what? There have been other big bands. The Beatles, Pink Floyd, Nirvana, Oasis, Radiohead. Big bands are just meant to be, they have that spark, they have their big break, and it all just follows from there: the world pays attention.


And we all know Alex Turner and his band now. Slicked back hair, leather jackets, songs that are fun to sing at karaoke.


But then. To really go back to that time, in August 2006, and think. This was a band who’s members no one really knew much about. They didn’t do TV appearances, and asides from a few scarce printed interviews all people really had to go by were the songs, the lyrics, the energy. 


No, this was, and still is, weird. Four twenty-year-olds in front of a crowd of 70,000. A crowd that was intense, passionate, intoxicated, liberated, wild, rabid...



The crush began long before the band came out. As the streets left the stage I felt this rush of adrenaline. I noticed people begin to slowly shuffle forwards. A few clearly inebriated men in silly pirate hats were forcing their way to the front on my left.


‘Fuckin Arctic Monkeys innit. Yeah I love me a bit of that!’


As the pressure behind me built up I put my hand on the shoulder in front of me to steady myself.


And from there, let me just say. It kicked off. 


I was adrenalized, but so was every other person in that massive crowd of people. I wanted to see and sing along with the band that had given me so much joy over the last few months; so did everyone else. I wanted to get to the front: 


So did everyone else.


The crush intensified and I was all of a sudden struggling to breathe. A few minutes of this and a weird mist appeared around me - I quickly realized this was the sweat of thousands of bodies evaporating into the night air. I realized then that I was intensely thirsty. I hadn’t had any water for hours, and it was hot now, wedged into this mass of humanity. 


Behind the barrier at the front of the crowd, the security people were ready for this. Cups of water were passed out, constantly. You’d reach an arm out and someone would pass it back. Sometimes you’d take a sip, sometimes pour a bit on your face to cool down, but always leave more to pass backwards to the people behind you.


Because a very weird thing happened that I’ve never experienced before or since. In that crowd, you became intensely aware that whatever you are feeling, the people around you are feeling the same. You take the bit of water you need and then pass back, to help the others around you. It was pure instinct. And then the knowledge that this is actually a very dangerous situation. If you didn’t know it already suddenly...


Something gives on the left, and the crowd surges, you fly ten meters sideways, you see someone fall, and with all your might push away to make room to avoid crushing him.


‘Get Him Up!’ A drunk man in a silly hat yells, a look of terror etched on to his face as the guy on the floor is heaved up by his armpits.


Another surge ten meters to the right, this time it’s me who trips on his own legs, I desperately stretch my arms out and get caught, a girl with bright red dreadlocks has my arm.


‘You ok?’


‘Yeah... thanks’


The band aren’t even here yet. Of course a lot of people have had enough, but you can’t just walk out of here. The only way out is to be lifted and ‘crowdsurfed’ up and over the top of the barrier at the front. And so a stream of crying people are passed over and out.


It was hard to breathe. So wet, so hot. I was passed water, I took a sip, or splashed myself, and passed back the cup. Or I felt a foot on my shoulder and helped pass the crying person forwards to the exit.


The band weren’t out yet.


I remembered that on their album, an album of thirteen songs, there was one quiet song, ‘Riot Van’. I got the idea that, perhaps if they played that song first, the crowd might relax their collective muscle and I might be able to breathe comfortably for a few minutes. That was all I needed. Just a few minutes to catch my breath.  Just a few minutes and then whatever else happened I’d be ready for it. Come on Arctic Monkeys! Look at this crowd! Play ‘Riot Van’, we’ll all relax and then have a good time.


Please.


Riot Van.


Please.


The band walked on stage.


Riot Van


Please


They picked up their guitars


Look at us, us poor suffering fans of yours


Please


Riot Van



Tiki tik tik tik DUNNUH


But of course, they open with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


Fuck. All of us, that mess of humanity kicked into gear. The pressure doubled, every breath I breathed in was gulped, every breath I breathed out was a hoarse wheeze of lyrics. Holy shit.


Bearing in mind the band had never played anything like this sized crowd before. No one in the crowd had experienced this before, and no one ever would again. We were all virgins together. Breathing, the very essence of life, was difficult. But it was worth it for the sheer madness of it.


All the while I observed the band through a mass of flailing arms and bouncing heads. To reiterate, up until that point they had been kind of mysterious. A few printed interviews, some live videos, a couple of band photos. To see them there in front of me. I was really thrilled to see Alex Turner looking so... normal. Similar to me at the time. Jeans. Long sleeved t-shirt. The same ‘uncool’ long haircut, a kid’s attempt at looking like Dave Grohl.


The band paused midway through the second song. ‘Is everything all right?’ Alex asked. Our suffering was acknowledged. We must have looked a total mess. The pause was only for a second, but you could see he was genuinely freaked out by the chaos in front of him.


But on it went. Intense. I felt I could lift both my feet off the ground and still be held upright by the pressure - indeed I tried this a couple of times and, yes, I could.


‘Are you all all right? There’s some faces on this front row fuckin ell’ said Alex. I can only imagine what he was seeing. This young guy, suddenly face to face with the mania he’d inspired. That we’d all inspired.


The show went on, and the crush kept pushing me forward. Gulp for air. Sing. Reach for water. Pass water back. I was constantly getting kicked in the head by crowdsurfers: they weren’t crying anymore though. They were fully limp, passed out. I pushed them forwards and carried on. At one point I felt the girl with red dreadlocks to my right go limp. She was gone. I helped heave her up and over the top.


So long comrade. I thought we’d make it to the front together. I’ll get there for you.


It was a fifty minute set. As more and more people bailed or passed out I found myself in the third row. And then...


The drum roll. ‘A Certain Romance’, the last song on the album, surely to be the last song of the set. Time was short, but I saw a gap. With one last heroic stretch, the absolute last bit of energy left in me, I reached my arm forward and grabbed the barrier. A desperate heave later and I was there.


The front! I’d made it. With no one in front of me I breathed a deep relieved breath of cool clean air. 


Broken as my body was, I was elated. I’d actually done it! The front row!


‘A Certain Romance’ ended. I held my position right up until the band left the stage and then, with my last ounce of strength, managed to turn over my shoulder and point up. The people behind me obliged, I was flipped up over the barrier and out.


Security rushed to me and pushed me out to the side of the stage.


The walk back to camp was cold, I was drenched, barely conscious. I remember noise, fire, and then collapse.


I was in the tent. Muse floated on the wind.


Crushed, but elated, I sle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