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영희, 첫 번째 이야기. ‘헤어진 다음 날ʼ - 황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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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단편 연애소설 '영희', 첫 번째 이야기. ‘헤어진 다음 날ʼ




이별을 고한 다음날 아침해가 뜨자마자 집을 나섰다. 

집 근처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 앉아 미뤄왔던 작업물들을 살펴보았다. 영희를 위해 작업하던 곡들 도 정리해 갔다. 

‘잘한 일일까.ʼ 하는 생각에 빠지다 ‘잘 한일일 거야.ʼ라고 다시금 마음을 잡곤 했다. 

최근 들어 서로에게 소홀해진 관계뿐만 아니라 한물간 뮤지션이 되어버린 개인적 상황으로 매일 이 슬럼프였던 그 녀석이었다. 

끊어왔던 담배를 다시 피기 시작한 것도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박혀 작업물과의 사투에 지치기 시 작한 그때쯤이었을 것이다. 영희는 그 녀석보다 한 살 많은 취업 준비생이었는데 고맙게도 종종 그 녀석의 작업실 근처로 응원차 찾아와 주곤 했다. 

영희는 담배 냄새를 귀신같이 잘 알아채는 여자친구였다. 담배 냄새를 무척이나 싫어했기에 '바람 피우는 것보다 담배 피우는 게 더 싫어.'라고도 말하던 친구였다. 그 녀석은 영희가 작업실에 불쑥 불쑥 찾아오는 것이 고맙게만 느껴지지 않았을 수 있다. 담배 피우는 것을 숨기자니 알 것 같고 거 짓말을 하자니 미안하고 했던 그 나름 그 녀석의 사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느 날은 담배 피운 것을 거짓말했다가 실토하는 바람에 하루 종일 영희의 기분을 망치게 한 적도 있었다. 

그 모든 순간들을 스쳐지나며 하나 둘 작업물을 정리해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영희에게 전 화가 왔다. 영희는 ‘한 번 더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녀석이 있던 카페에 찾아왔다. 커피를 마시던 그 녀석은 오렌지 주스를 하나 더 주문하고는 영희와 마주하며 앉았다. 

꽤나 긴 시간 동안 영희는 그 녀석을 설득해 갔다. 

헤어진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영희는 그 녀석에게 좋은 사람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단호했다. 영희와의 이성관계 문제보다 불투명해 보이던 본인의 미래를 영희에 게 짐처럼 나누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첨언이 없었기에 그 녀석의 사정은 그 녀석 만 알뿐 그저 헤어짐에 단호하게만 보였다. 

어떤 형식으로든 관계를 이어가보고 싶어 하던 영희는 이윽고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영희의 눈 물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 그 녀석이지만 구구절절 자기 사정을 말하며 이별의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았다. ‘자리를 빨리 정리해야겠다.ʼ 싶었던 그 녀석은 끝내 영희 앞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 다. 

영희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자기를 정리하기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였을 것이다. 

영희를 달래고 카페를 벗어난 그 녀석은 도망치듯 집으로 향했다. 잘한 일일 거야.라고 자신을 다 독였지만 마음 한편 어딘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이 비단 노트북 속 작업물만은 아니라는 걸 깨

닫고야 말았다. 

새벽 1시 영희에게 메신저가 왔다. 


영희, 첫 번째 이야기. ‘헤어진 다음 날ʼ


#연애소설 #영희 #노리플라이 #그대걷던길 



작가 : 황유월

前 타임코스모스 운영자 (연남)

디스크쟈키, 음악프로듀서, 글쓴이, 비디오보이.

국내최초해적라디오《주파수999》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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