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Gilmour [싱글앨범]

['Yes, I Have Ghosts' 앨범] 리뷰

Yesol Han




마치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인지하고 정리하는 듯,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가 작년 6월 120여점이 넘는 자신의 애장품들-기타 콜렉션-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내놓았다. 



경매에는 길모어가 아주 아끼던 그의 상징과도 같은 악기까지 나왔다. ‘블랙 스트랫'이란 이름으로 친숙한 69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다. 그는 ‘블랙 스트랫'으로 The dark side of the moon(73), Wish you were here(75), Animals(77), The wall(79) 등 핑크 플로이드의 최전성기를 함께한 역사적인 명반들은 물론 78년의 David gilmour를 비롯해 About face(84), On an island(2006), Rattle that lock(2015)에 이르는 앨범들을 녹음했다.



               

△이 분도 미남 소리 깨나 듣던 기타리스트였는데



길모어는 46년생으로 한국 나이 만 72세다.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아직 한참을 더 살아줘야 한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으나 이제는 무병장수가 아니라 유병장수 시대라지 않나. UN에서 60세까지는 청년이라고 했다지만 아직도 노인의 정의는 ‘만 65세'다. 



65세가 직장 정년인 이유는 그때부터 인간의 뇌세포가 더이상 재생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일상에 치여 바쁘게 살아가는 사이 갑작스레 또 하나의 큰 별이 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마치 방금 밥을 먹기 전에 엔니오 모리꼬네가 별세했다는 비보를 접한 것처럼.  



이제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셨군요



몇 년 전부터 그는 가족, 손자 손녀들과 함께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길모어는 자신의 sns에 연주 영상을 잘 올리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 가족들과 함께 책을 읽고 연주를 하는 귀여운 홈비디오를 찍어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기도 한다. 그는 요새 일렉 기타를 거의 잡지 않는다. 



며칠 전 그가 5년 만에 발매한 싱글 ‘Yes I Have Ghosts’ with Romany Gilmour(이 또한 길모어가 가족과 함께 만든 곡이다. 로마니 길모어는 그의 딸로, 그녀는 곡에서 하프 연주와 보컬 피처링을 맡았다) 에서도 그는 어쿠스틱 기타로 메인 연주를 했다. 2분대에 나오는 기타 솔로에서는 길모어 특유의 절규하는 듯한 밴딩이나 비브라토가 없다. 



코드의 나열은 핑크 플로이드의 역작 ‘Comfortably Numb’의 진행과 유사하다. 밴딩도 비브라토도 없는 담백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길모어가 젊었을 적 주도적으로 집도해 두터운 팬층을 형성한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Division Bell’ 의 8번 트랙 ‘Coming Back to Life’의 일렉 기타 인트로와 유사한 서정적인 울림을 준다.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들으면 울 수도 있는, 짠내가 물씬 나는 노스탤지아 말이다. 



▴comfortably numb (pulse live)



▴coming back to life (Live in pompeii)



소년처럼 맑은 음색의 코러스와 길모어의 허스키한 저음이 어우러져 분위기를 연출한다. 3분대부터는 아이리쉬풍의 바이올린이 왼쪽에서 부드러운 멜로디를 연주하며 노래가 서서히 페이드아웃된다. 레너드 코헨 덕후(?)답게 레너드 코헨의 냄새가 난다. 곡의 가사는 20대 시절 레너드 코헨, 그리고 소설 ‘몽상가들을 위한 극장 A Theatre for Dreamers’(폴리 샘슨Polly Samson의 소설로, 60년대 ‘하이드라’라는 그리스 섬을 배경으로 한 픽션. 캐릭터에 레너드 코헨 등 실제 인물들을 차용했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건 마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같달까. 뉴트로도 아닌, 그냥 ‘옛날 음악’도 아닌, J.R.R. 톨킨 원작의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 나올 법한 판타지적이고 클래식한 영화음악적 요소가 있다. 전원 생활을 하며 새 소리에 자연스럽게 아침에 눈이 떠질 때 집에서 나와 앞마당에서 흙내음을 맡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일요일 오전 10시쯤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커피를 마시고 햇살을 조명 삼아 듣기 좋은 곡이다. 아, 왠지 열심히 살아야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사족으로, 요새 올라오는 로저 워터스의 인스타그램 연주 비디오를 보다 보면 이 둘이 아마 서로 '자기혐오'를 했지 않을까 싶다. 시드 배릿 사후 가장 첨예하게 부딪혔던 두 멤버인 로저와 데이빗 간의 불화는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2002년 4월 로저 워터스의 내한공연 포스터에는 데이빗 길모어 등신 David Gilmour Is Wanker!!!이란 말이 실제로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둘다 입을 굳게 다문 모습이 흡사 ‘곤조 있는 예술가’의 표본이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음악을 만들다 보면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만큼 서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케 되는 것도 당연하다. 이들은 외부에서 보기에 정반대의 노선을 걸었지만 내게 두 사람의 이미지는 마치 거울처럼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로저 워터스는 아직 ‘뜨겁다'. 그에 반해 길모어는 이제 세상의 잡념을 초월해 영원의 강을 향해 노를 젓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다. 그의 앨범 제목, 커버 등에는 강이 자주 언급된다. 떠나기 전에 이제 서로 화해도 하고, 꼭 한 번 한국에 와 주었으면.



*MUSIC CREDITS

Yes, I Have Ghosts (David Gilmour / Polly Samson)

David Gilmour    Vocals, Guitar, Samples, Programming

Romany Gilmour    Vocals, Harp

John McCusker    Fiddle

Damon Iddins    String quartet sampling

All other instruments by David Gilmour 

Produced by David Gilmour

Mixed by Andy Jackson with David Gilmour

Engineer David Gilmour, Damon Iddins

Mastered by Andy Jackson, Tube Mastering

 



             






DIGGING CHANN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