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PEOPLE l NO.1


OMM.. 
(Singersong Writer)


2020년 상반기 EP < 우리의 푸른 빛 >으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omm..’
동자승 같기도 하고 노승 같기도 한, 깊이를 알 수 없이 알쏭달쏭한 청년과 함께한 아름다운 시간.

D 만나뵙게 되어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omm..’ (‘옴’, 이하 옴)이라는 사람이고, 서울에서 음악을 만들고 있다. 서울에 온 지는 1년 정도 됐다. 본명은 ‘영식’이다.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본명을 쓰려고 했는데, 힙합 아티스트 같은 느낌이 들어 ‘뭘로 하지? 음…’ 하다가 이름을 ‘omm..’으로 정하게 됐다.



D 디자인을 전공했다.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미술을 좋아했다. 이 두 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무대 디자인을 택했다. 지금은 미술보다 음악이 더 좋아졌다. 음악 위주의 예술활동을 하기로 결정했지만 미술을 그만두지는 않았다. 이 두 개의 예술은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멋'은 내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원동력과 동기다. 살면서 멋있다고 생각한 사람들 대부분이 음악가다. 조지 해리슨, 퀸시 존스… 그 사람들과 닮고 싶고,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도구가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D 따로 음악을 배운 적이 있나?
없다. 전부 독학이다.



D 사실 이런 음악 스타일은 많이 들어봤다. Mac DeMarco, Mild High Club 등과 비슷한 조류인 것 같다. 그런데 가사가 공감이 많이 되더라. 가사를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셀프 프로듀싱의 느낌도 좋았다. 그날 세 시간 동안 옴의 음악을 들었고 바로 인터뷰하기로 결정했다. 어떻게 보면 옴은 디깅 매거진이 digging해서 발견한 아티스트다.
감사하다. 킹 크룰(King Krule, 런던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맥 드마르코(Mac DeMarco,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에이셉 라키 (A$AP Rocky, 미국의 래퍼) 등을 좋아한다. 케이트라나다 (Kaytranada, 캐나다의 일렉트로니카 · 힙합 프로듀서),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미국의 프로듀서 · 가수) 등도 좋다. 힙합뿐 아니라 하우스 · 트립합도 좋아하고. 국내 아티스트로는 검정치마, 혁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화지(래퍼)도 즐겨 듣는다. 어느 특정 시기에 만든 음악들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는데, 지금 작업하는 곡들은 사이키델릭 재즈의 영향을 받은 곡들이다.


가사를 만들 때는 우선 큰 틀만 잡아 놓는다. 그리고 그 후에 가사를 계속 뱉어 본다. ‘이 문장을 메타포로 어떻게 바꾸지?’ 등의 생각을 하며 미술을 하듯, 조각을 하듯 가사를 깎아 나간다. 작곡을 먼저 하는 편이지만 물론 가사가 먼저 나올 때도 있다. 내 생각을 적어놓고 나서 멜로디를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을 먼저 적어놓고 완성한 곡이 ‘우리(의 시간)’ 이다.

D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음악 작업을 진행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힙합 비트를 만들 때 샘플링을 주로 이용했는데, 문득 샘플링을 내가 직접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실험적인 작업들이 시작됐다. EP < 우리의 푸른 빛 >은 스무 살 무렵에 만든 곡들을 편곡해 만든 소품집 같은 거다. 악기도 전부 직접 연주했고, 믹스도 스스로 했다. 홈 레코딩을 하고 혼자 믹싱을 하면서 러프하게 음악을 만들어나갔다.



사실 처음부터 노래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힙합 프로듀서가 꿈이었다. 근데 주변에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나는 원래 음악을 하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작업 방식이나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과 달라서 혼자 하기로 결정했다.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이 혼자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꽤 괜찮더라.

D 가사를 보면 푸른 순간, 푸른 빛, 푸른 밤 같은 것들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푸른’이라는 단어에서 자신이 느끼는 색다른 감각이 있는 건가?

내가 파란색을 좋아해서, 그리고 딱 떠오르는 ‘절망’의 느낌이 푸른색이라서. 내 음악에는 행복감, 우울감이 동시에 녹아 있다. 
행복은 겉으로 나오는, 우울은 불안한 내면에서 나오는 느낌이다. 



D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기에 더 잔혹한 환경이 됐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 새로운 환경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활동을 그리 오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 무언가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옴이 올해 2월 20일에 데뷔하고 나서 바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공연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만큼 하지 못했고, 그래서 아쉬운 건 있다. 아, 보러 가려고 했던 내한공연도 다 취소됐다… 하하. 저번에 베이스, 드럼 세션을 구해서 공연을 했는데 좋았다. 다음 공연도 혼자 하기보다 세션을 모아 진행할 생각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무대 세트를 만들고, 멘트 없이 곡들을 연이어 연주하는 음감회 같은 공연도 해보고 싶다. 단편영화도 제작해보고 싶고.


D 평소 취미 같은 게 있는지? 보통 뭐 하고 지내나?
예술작품도 많이 보고, 전시도 많이 보고, 독립예술필름도 많이 찾아보고. 똑같은 걸 하더라도 스스로 안목을 기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구분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는 만큼 보이니까.

D 이 질문은 디깅 매거진의 공통 질문이다. 당신이 미친 듯이 빠져본 것에 대해 얘기해 달라.

음악과 미술. 이틀 동안 잠을 안 잔 적이 있다. 일부러 안 잔 건 아니다. 그냥 정신없이 작업을 하다 보니 이틀이 지나 있더라.



D. 앞으로도 미술과 음악을 지속적으로 병행할 생각인가?
그렇다. 내가 만드는 음악의 아트 디렉팅은 내가 하지 않을까 싶다.



D. 유투브에 있는 비주얼 필름이 인상깊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그래서 곡에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뮤직비디오 계획은 있나?
비주얼 아트 작가와 작업하고 싶다. 나는 영상에 관여를 안 하고, 작가가 영상을 만들어줬으면 한다. 지금 20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고 싶은데 주변에 영상 찍는 사람이 없어서 디깅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하하. 다음 앨범이 6곡인데, 20분 동안 한 번도 안 끊기고 쭉 이어지는 느낌이다. 근데 아직 마음에 드는 사람을 못 만났다.


D. 그렇군. 건투를 빈다. 말 나온 김에 물어보자. 다음 앨범의 컨셉은?
싸띠(sati/smr.ti, 念). 내 안을 들여다본다는 뜻이다. 그 주제로 곡들을 만들고 있다.



OMM.. 답?

D 옴의 특별한 추천곡이 있다면?
Kruder & Dorfmeister - Definition
Ricky Sadha - Gita ***
내 노래 중에서는 ‘춤’. (웃음)


D 옴이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자기 자신을 온전히 담아내는 음악. 예를 들어 어떤 곡의 피아노 음이 심플해서 멋있다고 할 때, ‘멋있기 위해서 심플한 것’ 같은 게 아닌, ‘온전히 나 스스로를 담아낸 음악’이라고 느껴질 때 좋다.


D 어떤 사람들이 옴의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나? 
깊이가 있는 사람들. 혹은 순수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영감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자기만의 예술을 하면서 영감을 구하는 그런 사람들. 힙스터의 기준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는 사람들’이라면, 힙스터들이 내 음악을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


D.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꿈, 최종 목표 같은 게 있나?
서전 페퍼 앨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비틀즈*)처럼 역사에 꼽히는 앨범을 만드는게 목표다. 누군가 특정 스타일을 칭할 때 ‘ 옴 같다’ 라는 말을 듣고 싶기도 하다. (웃음). 또 나는 혼자 작업하니까, 퍼렐 윌리엄스처럼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는 것도 오랜 꿈이었다.

D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행복하게 사세요. ‘행복’이 첫 번째죠. (웃음)



Interview l Kwangmin Seo, Youngmok Park
Photographer l Jinny Park
Videographer l Taeyoung Kim

Editor l Yesol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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