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로움과 그리움, 그루브와 흥이 동시에 느껴지는
한국적 록 스타, ‘원호’.
군더더기 없이 기본에 충실하며 따뜻한 앨범 ‘더 플라워 타임머신’은
60~70년대의 대중음악을
두 귀와 눈으로 직접 마주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과거의 영광을 오롯이 경험하게 한다.
첫 정규 앨범을 낸 싱어송라이터 원호와 함께 나눈 이야기들.
CHAPTER 1
원호
#타임머신을_타고온 #싱어송라이터 #사이키델릭
D 만나뵙게 되어 반갑다!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주로 70년대 음악의 질감에서 영감을 받아 음악을 만들고, 사이키델릭 음악을 좋아하고, 향수가 느껴지는 음악들을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 ‘원호’입니다.
D 3월 11일, 정규 1집 앨범 ‘더 플라워 타임머신’을 온라인 발매했다. 간단히 소개한다면.
2년 동안 꾸준히 데모를 만들어서 유튜브에 지속적으로 업로드했어요. 40곡 가량을 썼고, 그 중에서 11곡을 추렸어요. 총 3년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작업을 했네요. 지난 시간 동안 제 삶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는데, 힘든 일을 이겨냈던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 다양한 성장 과정을 추려서 담았어요.
‘플라워 타임머신’은 좋아하는 두 단어를 합친 말이에요. 옛날에 사랑과 평화의 시대 있잖아요. ‘히피 무브먼트 Hippy Movement (기존 사회의 질서를 부정하고,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며, 정신적 가치에 무게를 두고 인간성을 중시함)’의 메시지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플라워’, ‘꽃’은 히피의 말로는 사랑과 평화를 뜻하고, ‘타임머신’은 시대에 얽매이지 않고 어디든지 갈 수 있음을 상징해요. 사람들이 다들 싸우고 사는데, ‘음악 앞에서는 모두가 동등하고 같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어요. ‘더 플라워 타임머신'은 그렇게 나온 제목이에요.
[사진] 원호 유튜브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이동). 출처 : 유튜브 화면 캡쳐
D 가장 애정하는 곡을 고른다면?
‘춤’과 ‘봄비’를 제일 좋아해요. 한국적인 싸이키델릭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춤’은 나름대로 그런 느낌을 완벽하게 함축해서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음악과,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잖아요. ‘춤’은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이 우울해하니까 ‘집에서 춤을 출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갇혀 있어서 답답한 감정들을 밖으로 뿜어낼 수 있는 곡이에요.
코로나 시대 속의 답답함을 떨쳐내자는 메시지도 있지만 미치도록 답답한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음악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혐오나 물어뜯기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이런 세상이 너무 힘들다면, 누구라도 무언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을 텐데…’ 하는 마음을 담으려고 했어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나는 곡일 수도 있는데 저는 그 후렴구를 들으면 눈물이 찔끔 나는 곡이라고 느껴요. 하하. 많은 메시지를 담았어요. (그걸 틀고 혼자 춤 춘 적도 있나요?) 그럼요. 술을 약간 마신 다음에, 집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면서 춤 춘 적도 많아요. 아무도 없을 때, 혼자요. 하하.
<동영상 좌 : 봄비, 우 : 춤 >
D ‘봄비’라는 곡은 어떤 곡인가?
‘봄비’는 제가 정말 힘들었던 시간을 털어놓은 곡이에요. 백 퍼센트 솔직한 곡이고, 제 모든 걸 완전히 다 분출한 느낌이죠. 그래서 좋아해요. 제가 한번은 소속사랑 소통이 잘 안 된 적이 있어요. 음악을 열심히 다 만들고 나서 판권을 뺏긴 적도 있고요. 그 과정에서, 제가 지금껏 만났다가 떠나보냈던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리고 당시에 3년 정도 만났던 애인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어쩌다 제가 한창 힘들어할 때 저를 떠나게 됐어요.
그런 여러 스토리들을 모아 전반적인 감정을 잡고 곡을 만들었죠. 곡 작업을 할 때가 마침 봄이어서 ‘봄비’가 제목이 되었고요. 저는 음악으로 마음 속에 있는 응어리진 것들을 해소해요. 되게 솔직하게 저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그래서 음악을 만들면서 울기도 해요. 봄비의 가사를 쓰면서도 울었어요. 하하. 그렇게 작업하면 속도 후련하고 작업물도 솔직해요.
D 개인적으로 ‘그리움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면'이라는 곡은 특히 아름답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제가 지난 시절에 연애했던 한 친구가 있는데요. 하하. 그때의 경험을 토대로 쓴 곡이에요. 그렇지만 그 사람을 추억하는 곡도 아니고, 다시 만나고 싶다는 느낌도 전혀 없어요. 사람이 사람과 헤어질 때에 ‘잘 살았으면 좋겠고, 잘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사람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 제 속에서 모든 걸 털어놓고 해소하는 그런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이때도 감정을 내보내며 울었나요?) 네. 그런 곡을 쓰면 정말 눈물이 나죠. 진짜.
D 정규 앨범에는 트랙의 순서가 굉장히 중요할 텐데. 어떤 그림을 그리면서 각 트랙을 배치했는지?
여행을 떠나는 느낌의 컨셉으로 스토리를 짰어요. 앨범의 오프닝과 엔딩으로 어울릴 만한 곡을 먼저 배치를 하고 그것에 맞추어서 가운데 스토리를 설계했어요. 우선 처음에는 정글로 걸어가요. 그다음에 거기서 춤을 추죠. 그런 식으로, 살면서 거쳐갔던 순간순간들을 보여주는 것처럼 하나의 스토리를 짜서 음악을 적재적소에 배치했어요. 마지막 마무리는 앞으로 다가올 나날을 이야기하듯 ‘비행기’ 그리고 ‘새야 날아라’ 예요.
D 리스너들이 어떤 상상을 하면서 ‘원호’의 음악을 들으면 좋을까?
제 음악이, 가사나 이런 걸 다 떠나서 그 자체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무언가 ‘와닿는다’는 말 있잖아요. 가사 등, 어떤 것으로 규정지을 수 없이 그냥 밀려오는 것 있잖아요. 그렇게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만약 와닿지 않는다면?) 안 다가오면 어쩔 수 없죠. 하하. 예를 들자면, 곡 ‘봄비’에서는 봄에 비가 내리는 장면을 음악적으로 많이 표현했어요. 그 곡을 들을 때는 비가 내리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들으면 더 와닿을 것 같아요. 우리 머릿속에 있는 봄비가 내리는 풍경을 각자 떠올리는 거예요. 음악을 들으며 상상을 하는 거죠. 가사를 듣다 보면 나의 옛날의 기억도 떠오를 거고요.
CHAPTER 2
타임머신
#70년대음악 #끊임없는노력 #앨범작업기
D 70년대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어렸을 때 집에 카세트 테이프가 되게 많았어요. 60~70년대 히트 넘버만 모아서 들어가 있는 테이프요. 저도 약간 특이한 게, 그게 성향에 안 맞았으면 안 듣고 넘겼을 텐데, 멜로디도 따뜻하고 낭만적이고 아련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고, 매일매일 들었어요. 부모님의 영향이 큰데, 부모님이 음악을 하시는 분들은 아니지만 그런 사운드를 아주 좋아하셨어요. 테이프, 씨디도 엄청 많았고,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놓고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춤을 추고 놀았어요. 하하. 저희 부모님이 음악을 하시진 않았지만, 돌아보니 음악 디깅을 정말 많이 하셨네요.
D 언제부터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고요. 처음에는 기타를 치는 게 너무 멋져 보여서 시작을 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요. 그때 문화센터를 갔어요. 교회 문화센터 수강료가 싸더라고요. 한 달에 5만 원이면 배울 수 있다고 해서 그런 곳에서 악기 연주를 처음 시작했어요.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퀸’이랑 ‘비틀즈’예요. 어릴 때 특히 퀸을 정말 좋아했어요. 퀸 앨범이 집에 많았는데 씨디가 다섯 장이 넘었고 두 장이 묶여있는 것, 이런 게 많았고요. 그때 ‘보헤미안 랩소디’의 기타 솔로를 듣고서 너무너무 쳐보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어머니가 통기타밖에 안 사주신다고 하셨어요. 통기타를 열심히 일 년을 치면 일렉트릭 기타를 사준다고 하셔서, 그때 기타를 붙잡고 살았어요. 피아노 학원에 다닐 때 피아노 학원에 기타를 들고 가서 기타를 연습했어요. 그 정도로 기타를 좋아하고 기타를 잘 치고 싶었어요. 같이 껴안고 잠도 자고, 일렉 기타로 쳐야 될 걸 통기타로 카피를 하면서 놀았어요. 하하. 타브 Tab 악보를 다운받아서 ‘기타프로 Guitar Pro’(*기타 악보를 채보하거나 재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로 일렉 기타들의 악보를 보면서 연습했어요.
곡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썼고 그때부터 제 음악에 제가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 것, 저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한 거죠. 반주 음악을 하는 것보다 그게 더 좋았어요. 고등학생 때 블루스, 포크 싱어송라이터들한테 감명을 받고 푹 빠졌는데 존 메이어나 데미안 라이스도 되게 좋아했어요. 그렇게 곡을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그때부터 노래 연습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노래를 정말 못했어요. 지금도 잘 하진 못하지만 그때는 엉망진창이었어요. 음정도 계속 떨어지고요. 하하. 그래서 노래 학원도 다녔어요. 노력을 많이 했죠. 그런데 배운다고 잘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19살 때부터 홍대에 나와서 바다비 등의 클럽에서 공연을 시작했어요.
D 어떤 방식으로 음악 작업을 진행하는지 궁금하다. 작업 에피소드가 있다면?
약 4년 전부터 ‘로직 Logic’(시퀀서 프로그램)을 쓰고 있어요. ‘개러지밴드’를 쭉 쓰다가 약간의 한계를 느껴서 친구가 준 맥북으로 로직을 사용하고 그걸로 작곡을 해요.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핸드폰 ‘베가 LTE’로 곡을 녹음했어요. 멀티 트랙이랍시고 두 개의 트랙을 녹음을 할 수 있는 기능이 핸드폰에 있었어요. 그래서 악기랑, 노래랑 녹음을 한 다음 스피커에 틀어놓고 그걸 또 약간, ‘오부리’라고 해야 하나. 하하. 하이라이트적인 선율 같은 걸 반주 위에다 녹음을 했어요. 원 테이크로 갔어요. 끊어서 칠 수도 없고 무조건 한 방에 가야 돼요. 디지털인데 아날로그예요. 희한하죠.
그다음으로는 아이폰으로 작업을 했어요. 고등학교 때 아이폰이 처음 생겼는데 아이폰에는 ‘개러지밴드 GarageBand’(로직보다 가볍고 간단한 시퀀서 프로그램)가 기본 어플리케이션으로 있어요. 아이폰 5나 5s였을 거예요. 헤드폰은 그냥 소니 이어폰 조그만 걸 끼고서요. 근데, 그 이어폰도 조금 이상했어요. 원래 헤드폰을 끼면 입력이 안 들어와야 돼요. 근데 입력이 들어와서 고맙게도 헤드폰으로 모니터를 하면서 녹음을 할 수 있었어요. 제가 사용하다가 뭔가가 망가진 거죠 이게. 하하. 근데 결과적으론 장점이 되어서 그걸로 계속 녹음을 했던 추억이 있네요.
<원호와 타임머신 1집 정규앨범 - THE FLOWER TIME MACHINE>
D 가사와 멜로디 중 어떤게 먼저 나오나?
우선 악기를 스케치하고 그다음에 가사를 써서 가사에 멜로디를 입혀요. 가령 C, G, Dm라는 코드를 만들었다고 하면, 가사를 써놓은 것들 중에서 여러 개를 꺼내 봐요. 그리고 그 코드들에 맞춰 가사에 멜로디를 입혀요. 멜로디를 만들면서 가사를 붙일 때도 있고요. 보통은 전체적인 사운드를 먼저 만들어요. 코드 진행 같은 거요.
D 사운드가 마치 70년대를 현재로 옮겨놓은 듯하다. 녹음 시 특별하게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우선 제가 빈티지한 사운드를 되게 좋아해서 빈티지한 악기를 쓰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원하는 모든 악기를 쓸 수가 없더라고요. 구할 수도 없고요. 그래도 어느 정도 옛날 사운드를 구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제가 살 수 있는 빈티지 악기들을 구해서 현대식, 제 식대로 표현했어요. 듣는 사람도 어느 정도 향수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오래된 악기를 직접 샀어요. 60년대 오르간 같은 걸 구해서 옛날에 했던 녹음 방식을 다양하게 시도해 봤어요. 멜로트론을 앰프에 마이킹해서 녹음을 받기도 하고요, 기타는 DI로 직접 꽂아서 리듬 같은 걸 치면 되게 드라이하고 옛날 모타운 같은 음악의 기타 소리가 나거든요. 제가 원하는 느낌의 클린한 톤을 구현하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시도했어요. 그리고 건반, 업라이트 피아노 같은 악기들은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 마이킹으로 레코딩을 받아보기도 했어요. 그런 디테일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스튜디오에 가서 몇십 만원씩 들여서 녹음을 받는 게 여건상 쉽지가 않아서 앨범의 녹음은 드럼 빼고 제가 직접 다 받았는데, 제가 엔지니어가 아니니까 완벽하게 깔끔한 소리를 못 받아서 아쉬워요. 그래도 음악적으로 접근하려고 공을 많이 들였고요.
두번째로 저한테는 드럼 사운드가 되게 중요해요. 뮤트하는 머플 링 있잖아요. 천 같은 것도 엄청 많이 챙겨와서 드럼 톤에 신경쓰고, 드럼 튜닝도 곡에 따라서 전부 다 다르게, 분위기에 맞게 바꿔 가면서 녹음했어요. 강토 형과 소통을 하면서 신경을 많이 썼죠. ‘필 인 fill in’ 같은 것도 그때의 향수를 많이 느낄 수 있는, 두구다다, 두구두구, 이런 필인 같은 거요. (디테일이 한 번에 나온 게 아니군요) 네. 고민을 엄청 많이 했죠.
<사진: 인스타그램 @tardis_recordingstudio>
D 믹싱, 마스터링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믹싱 밸런스가 너무 좋다. 이런 부분들도 혼자서 진행했는지?
믹싱과 마스터링은 ‘타디스 스튜디오’의 호건이 형이랑 했는데, 제 의견을 엄청 반영해 주셨어요. 호건이 형이 사실… 많이 맞춰 주셨죠. 제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얘기했는데 다 반영해주셨고, 호건 형이 상당히 애를 써 주셨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디테일을 많이 참견하면 엔지니어 입장에서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그렇죠. 당연히. 근데 형은 그걸 최대한 내려놓아 주시고 제가 요구하는 것에 최대한 맞춰주셨어요. 트러블도 없었고, 진짜 재미있었어요. 싸운 적도 한 번도 없어요.
앨범의 마지막 작업은 테이프 마스터링으로 마무리했는데요. 카세트 테이프에 믹스된 결과물을 한번 쭉 돌려요. 그럼 그 테이프의 질감이 좀 묻어나는 마스터본이 나오거든요. 공 테이프에 돌려서 디지털로 뽑는 거죠. ‘타스캠’이라고 마스터링 전용 테이프 데크 같은 게 형네 스튜디오에, 엔지니어 방에 있어요. 릴 테이프 마스터링 데크처럼요. 믹스는 4개월 정도 걸렸어요. (꽤 오래 걸렸네요?) 정말 공들였어요. 다시 하라면 아마 못할 것 같아요. 하하.
D 피지컬 앨범과 LP 등을 낼 계획은?
4월 중순에 피지컬 앨범이 나와요. LP는 프랑스에 마스터 음원을 보내면 제작에 한 6개월 걸린다고 했고요. (그럼 LP 발매는 10월인가요?) 네. 레코드 페어가 11월에 한다고 했으니까, 그 전에 LP가 발매될 예정이에요. 그리고 이번 앨범에 미처 담지 못한 곡들은 차근차근 싱글이나 EP 등으로 작업해서 내보낼 것 같아요. 다음 정규 앨범을 내기 전까지 싱글을 여러 개 발매할 것 같네요. ‘꽃의 동산’이나 이런 곡들을 차근차근 공연에서도 연주하고, 녹음도 본격적으로 해서 추후 발매할 예정이에요.
CHAPTER 3
원호와 타임머신
#타임머신을_타고_온_멤버들 #베스트_프렌드 #사람_사랑
D 밴드 이름은 ‘원호와 타임머신’이다. 밴드를 결성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저는 제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 저의 밴드를 계속해서 만들어서 활동을 해왔어요. 20대 초반에는 제가 친구들을 알음알음 구해서 밴드를 꾸렸고요, 소속사에 있었을 때는 회사에서 세션들을 찾아줘서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멤버들과 함께했어요. 아까 언급했듯 소속사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어서 좌절하고 있다가 어느날 결심을 했어요. ‘정규는 그래도 내야겠다. 마지막으로’.
친구인 ‘임강토’ 형한테 정규 음반 녹음을 부탁했어요. 강토 형이랑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데, 옛날부터 형이 저를 많이 도와줬거든요. 제가 대안학교 출신인데, 저희 학교는 세 군데에 있어요. 형은 제천에 있는 학교를 다녔고 저는 금산에 있는 학교를 다녔어요. 소규모 캠핑 페스티벌에서 강토 형을 처음 만나서 친해졌고요. 그때 서로를 처음 보고, 같이 이야기하고 즐겁게 놀았죠. 스무 살 때쯤 다시 만났고요. 형이 ‘새소년’에서 활발히 공연하고 하던 시기인데, 그때 많이 친해졌어요. 강토 형네 집에도 자주 놀러가고요. 언젠가는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형이 토를 받아줬어요. 하하. 치킨 박스 같은 데에요. 토가 막. 뭐랄까… 위액까지 받아줬어요. 하하하.
(정말로요?) 네. 진정한 친구예요. 강토 형이 송하균 형(재즈 피아니스트)도 소개해 줬고, ‘제리’, 한승목(베이시스트)이라는 친구도 소개해 줘서 이 멤버들로 저의 솔로 프로젝트 팀이 완벽하게 꾸려졌어요. 밴드 이름이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타임머신이라는 이름을 생각했고요. 그 친구들이 다 타임머신을 타고 제게 왔어요. 강토 형의 덕이 너무 커요. 형이 멤버들도 소개해주고, 제게 많은 힘이 되어 줘서 너무 고맙죠.
D 각 포지션에 있는 멤버들을 간략히 소개해달라.
제일 형인 키보디스트 송하균 형부터 소개를 하자면, 하균 형은 ‘겨울에서봄(Winter To Spring)’이라는 팀을 하고 있고, 여러가지 세션 작업도 하고 있는 아티스트예요. 재즈를 하는, 자기만의 색깔이 상당히 멋진 사람이에요. 드럼에는 임강토, 강토 형이 있죠. 저와 함께한 지 벌써 10년이 넘은 사이예요. 서로 복잡한 말을 안 해도 같이 음악을 만들 때 다 알 수 있고 다 느껴지는 그런 소중한 사람이에요. 참고로 강토 형이 지금 솔로 앨범을 준비 중이기도 한데요. 강토 형한테 제가 힘 닿는 만큼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베이스에는 ‘제리’라는 친구가 있어요. 자기 연주를 아주 열심히 하는 실력자 친구예요. 스물 넷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륜이 느껴지는 대단한 친구예요. 아쉽게도 이번 앨범에는 많이 참여하지 못했지만요. ‘그리움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면’이라는 곡에서 제리의 베이스를 들으실 수 있어요.
D 밴드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이나 노하우를 추천한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좋아하면 또 잘 하게 되잖아요. 잘 하는 걸 계속하다 보면 그걸 더 좋아하게 되고요. 어떤 한 밴드를, ‘잔나비’가 나왔다고, ‘혁오’가 나왔다고 그런 팀들의 음악을 따라하기보다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어떻게든 찾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휘둘리지 않고요.
원호/원호와 타임머신
원호/원호와 타임머신
원호/원호와 타임머신
원호/원호와 타임머신
원호/원호와 타임머신
원호/원호와 타임머신
원호/원호와 타임머신
원호/원호와 타임머신
원호/원호와 타임머신
D ‘원호와 타임머신’은 ‘검정치마’처럼 원맨 밴드다. 원맨 밴드를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없는지?
솔로 프로젝트 밴드니까 마음이 저랑 다 똑같지는 않아요. 모든 사람이 정식 멤버로 활동하는 단일한 팀이 아니잖아요. 함께해주는 분들이 본업을 다 소화하면서 제 일도 병행하는 거니까 공연이나 행사 일정을 잡을 때 좀 어려워요. 다들 일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때도 있죠. 그런 게 약간 아쉬워요.
D 올해 밴드 라이브 스케줄은?
최근엔 4월 20일, ‘생기스튜디오’에서 사이키델릭 음악 파티에 참여했어요. ‘블루터틀랜드’랑 연주했고, DJ 라인업들도 있었고요. 5월 26일에는 대구에 가요. ‘제임스레코드’요. 제임스레코드 사장님이 음악을 좋아해 주셔서 풀 밴드 셋으로 공연 초대를 받았어요.
6월 3일에는 밴드 ‘요정’의 쇼케이스에 게스트로 참여하고요. 6월 중순 이전에는 정규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할까 생각 중이에요. 쇼케이스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요. 그리고 올해 하반기에, 아마 10월이나 11월 즈음에 단독 공연을 할 것 같아요. 단독 공연에는 앨범 작업을 함께한 호건 형에게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부탁해보고 싶은데요.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하하. 아무튼 그렇습니다.
CHAPTER 4
DIGGER WONHO
#원호의취향 #꿈
D 좋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면?
상당히 대중적인 걸 좋아해요. 저는 어렸을 때 히트곡만 들었으니까요. 요즘 히트곡은 아니지만 올드 팝 히트곡이요. 사람들한테 닿을 때는 대중성을 겸비한 음악을 좋아해요. 그다음으로 사운드적으로 고민이 느껴지는 음악이면 ‘좋다’고 생각해요. 가사도 마찬가지인데, 저는 애써왔던 흔적들이 느껴지는 음악이 좋아요. 또 하나를 꼽자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음악이요. 그것도 중요하죠.
D 어떤 사람들이 원호의 음악을 들었으면 좋겠는지?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듣고 힘이 났으면 좋겠어요. ‘그리움이 내 마음을…’ 같은 경우에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저한테 하는 얘기기도 한데, 좋았다가 힘들었다가 하는 일들이 삶에서 계속 반복되잖아요. 어렵긴 하지만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너무 땅으로 꺼지지 말자는 거죠. 힘든 시기를 겪는 사람들한테 인생 자체가 사실 이런 것 같으니 마음을 같이 차분하게 해 보자,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D 음악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지?
잊혀지지 않고 오래 기억되는 언더그라운드 록 스타요. 하하. 얼굴은 잘 안 알려지고 제 음악만 잘 됐으면 좋겠어요. 하하. 중요한 건 제 음악이 잊혀지지 않는 음악이 되면 좋겠다 싶어요. 내가 다 모자라도 음악 가지고는 나한테 뭐라고 못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하는 마음가짐으로 음악을 해왔거든요.
D 유튜브 채널 외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곳이 있는지?
스트리밍 사이트를 제외하곤 음원, 완성된 데모곡들은 유튜브에 제일 많이 올라와 있어요. 제일 정보가 많은 곳이 유튜브예요. 인스타그램으로는 공연 정보, 앨범 홍보를 하고요. 미완성의 데모는 유튜브에 올리지 않아요. 하하. 약간 강박이 있어서 제 맘에 안 들면 못 올리겠는 게 있어요. 만들다 만 것 같은 느낌, 똥(?) 싸다 만 것 같은 느낌이 스스로 든다면 업로드하지 않아요.
D 뮤직비디오를 찍는다면 어떤 곡을 촬영하고 싶은가?
‘춤’이나 ‘그리움이 내 마음을 두드리면’, 두 개 중 하나를 찍으려고 해요. 지금은 ‘춤’을 찍고 싶네요.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랑 맞기도 하고요. 저는 사실 발라드보다 록을 하고 싶지만 그런 곡들을 발라드 뒤에 살짝 가려 놨거든요. 비디오 제작에는 예산이 꽤 드니까, 아직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CHAPTER 5
Dig, Digger, Diggest Q&A
D 디깅하기(어떤 일에 집중하기 혹은 찾기)위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음악을 만들 때, 프로듀싱을 하고 녹음할 때 대부분은 레퍼런스 같은 곡들이 있을 거예요. 저는 신중현 선생님 음악을 좋아해서 그런 레퍼런스들을 최대한 깊게 들어봐요. 그다음엔 그때 신중현 선생님이 어떻게 작업했는지도 알아보려고 노력해요. 그러니까 모든 걸 디테일하게 다 알아보려고 노력해요. 디테일이 좋은 걸 만든다고 생각해서요.
모든 걸 깊게 고민하고, 이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저건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도 해 보고요. 이건 여기에 연결해서 치면 이런 소리가 나네? 저런 건 저렇게 소리가 나네? 하면서 섬세하게 참고를 하되, 기존의 방식과 제 방식이 달라도 겁먹지 않고요. 그렇게 하려고 해요. 자료가 없다면 제가 상상해서 하고요. 이것과 비슷한 소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실험하고 적용하기를 반복하죠.
D 디깅을 해서 인생에 도움이 됐나?
그렇죠. 음악을 하루 종일 듣고 있거든요. 저는 음악을 듣는 게 만드는 것보다 더 좋아요. 요새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그걸 가지고 놀면서 좋은 음악을 찾아요. 올드 팝 히트 넘버를 많이 들었다고 해도 모르는 게 계속해서 나오더라고요. 그런 걸 저장해 놓고 듣곤 해요. 결국 계속 듣는 게 디깅인 것 같아요. 하하. 통기타를 껴안고 잘 때처럼 디깅도 그렇게 하고 있어요. 지금은 앨범을 발매하고 나니 너무 힘들어서 잠시 쉬고 있지만요. 하하.
D 디깅매거진에서 인터뷰를 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음… 밴드 ‘멋진인생 Awesomelife’ 형들요. 그리고 호건이 형. 호건이 형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내공이 대단하신 분이에요. 재밌기도 하고요. 되게 많은 정보와 지식도 얻을 수 있을 것 같고요. 참 존경하는 형 중에 하나예요.
<멋진인생 - 사랑이란 이런걸까? 출처: 유튜브>
D 좌우명, 생활 신조는?
와 이런 것… 어렵다. 그냥 존나 하자. (모두 폭소) 토 달지 말고 하자, 이런 느낌이에요. 너무 고민하고 하니까요. 그냥 하면 뭐라도 되는 것 같은데 말이에요. 안 하면 아무것도 없잖아요. ‘토 달지 말고 존나 하자’ 정도가 딱 좋겠네요.
D 끝으로 디깅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디깅매거진 인터뷰, 너무 즐겁게 진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인터뷰들을 읽어봤는데요, 인디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인디 음악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여러 정보나 음악들을 얻고 싶으시면 디깅매거진을 이용해 주세요!
재미있게 보셨다면 위 광고를 한번씩 눌러주세요. 디깅매거진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