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명 훈
(drummer/owner)
류 명 훈
(drummer / Sharp Ink CEO)
솔직히, ‘솔직해서 멋있다’.
가식 하나 없이 소탈한 그가 지나간 자리에
그의 신념이, 음악이
거대한 여백으로 남아 깊게 공명한다
D 만나뵙게 되어 반갑다. 저희는 ‘한우물 장인’ 을 만나서 집중 탐구하는 매거진 ‘디깅’이다. 우선 ‘이 구역의 드럼 마스터’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소감 한 마디?
말도 안 된다. 근데 상도 주나? (음… 디깅 티셔츠를 드리겠다) 티셔츠에 내 얼굴 나오나? (넣어 드릴까요?) 아니에요. 하하.
D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스카썩스랑 할로우잰이라는 밴드를 하고 있는 드러머다. 타투샵 ‘샤프 잉크’를 운영하고 있고, 공연장 ‘클럽 샤프’의 잡부(?)다. 길게 얘기하려고 했는데 이게 끝이다. 그리고 좋은 동네 형? (웃음)
D 뒷조사를 좀 해 봤다. 출생 1982년 12월 30일.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다수의 밴드에서 드럼을 침. 인터넷에 ‘류명훈’을 검색하면 나오는 설명은 다음과 같다.
“49 Morphines의 드러머로 음악 생활을 시작했지만 드러머 가뭄인 대한민국 인디씬에서 특히나 펑크/하드코어 씬에선 소화할 만한 드러머를 찾기 힘들었고, 때문에 그는 대부분의 펑크/하드코어 밴드에서 드럼을 치게 되었다. 스크리모 밴드 49 Morphines를 비롯해 스트릿 펑크 밴드 썩스터프, NYHC 스타일의 Firestorms, 올드 스쿨 youth crew, 하드코어 Things We Say, Join The Circle, CJHC, 13 Steps, LO와 펑크밴드 럭스 등이 있다. 그 이외 여러 밴드에서 세션 활동을 했다.”
D...어쩌다 이렇게 많은 밴드를 하게 되셨나?
도대체 그 설명은 뭐지? 하하. 그냥 알음알음 제안을 받았다. 공연장에서 만나다 보면 밴드들끼리 알게 되니까. 대부분 친분(이 아니라 낚시)이다. 근데 드러머들이 없어서 한 번에 열두 개까지 한 거다. 모던 록, 힙합까지. 그때는 드러머가 별로 없었다. 그냥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재밌으니까. 좋았으니까. 그래서 정말 별 생각 없이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은데?
D 요새 뭐 하고 지내시는지?
오전 10시~11시쯤 일어나서 씻고 청소하고 자전거 타고, 타투샵에 갔다가 클럽 샤프에 내려와서 청소를 한다. 그때부터는 내가 원하는 걸 한다. 대부분 드럼 연습만 하는 것 같다. 여기(클럽 샤프)서 드럼 연습하고, 가끔 한강 가고, 진석이랑 밥 먹거나 상현이 형(친구) 만나서 놀고, 저녁 먹고 또 청소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제 나이도 먹었고, 제일 마음 편하게 놀면서 할 수 있는 밴드 두 개만 남겨 놓았다. 타투샵과 공연장을 유지시키는 것만 신경쓰면서 살고 있다.
D 아티스트(드러머)로서의 나, 누구?
‘돕는 사람’. 내가 항상 생각하던 드러머의 정의 중 하나다. 나는 레코딩 드러머도 아니고 세션도 아니다. 밴드가 좋아서, 밴드 음악이 하고 싶어서 드럼을 쳤다. 내가 돋보이고 내가 멋있는 것보다 악기로써 하나의 구성물이 되는 포인트를 찾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 음악에서 내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는 것. 그렇게 ‘조력하고 돕는’ 것.
D 응? 근데 실제 플레이는 화려하잖나.
내 딴에는 전혀 화려하다고 생각을 안 했거든? 근데 나중에 보니까 별 생쇼를 다 했더라. (웃음) 혼자만의 음악이었으면 아마 더 화려하게 갔을 거다. 복잡한 음악들을 좋아해서.
D 드럼 친 지 몇 년이나 되었나?
햇수로 20년.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시작했다. 그 전까진 음악에 관심이 없었다. 아는 음악은 듀스나 H.O.T가 전부였다. 주변에서 큰형이 유일하게 음악을 듣는 사람이었는데 큰형이 미스터 빅 Mr. Big을 듣더라. 근데 나는 그 앨범을 그냥 라면받침으로 썼다. 튼튼해 보여서.
D 그럼 어쩌다가 음악에 꽂혔는가?
그때까지는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었다. 당연히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업을 선택할 줄 알았다. 수능 준비에 정신이 없어서 내가 음악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좀 슬픈 얘긴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사춘기가 왔다. 공부만 하니까. 부모님이 외국 나가시고, 혼자 집에 있으니까. 그때 KBS에 팝 음악 소개해주는 심야 프로그램이 있었다. 밤 12시에 TV를 틀었는데 Madonna, No Doubt, Smashing Pumpkins, RHCP 같은 사람들이 나오고 RATM*이 나오는데,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드럼 중에 제일 쉽고 제일 멋있었다. 문신도 엄청 많고. ‘와, 이름도 멋있네.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일까’ 하면서 잘 되지도 않는 인터넷으로 찾아보곤 밴드 음악을 처음 알게 됐다. 방학 때 학교에서 특별교육을 하는데, 집 가는 길에 어느 신문을 보게 된 거다. 맨 뒷면에 ‘드럼도 배우고 친구도 사귀어요’ 이런 동호회 기사가 있더라. 심심한데 여기나 한번 가볼까?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드럼은 막 때려부수고 이러니까 스트레스 해소에 되게 좋은 운동이 될 거야’ 라는 생각으로 했는데 재밌더라.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Rage Against The Machine. 미국의 록 밴드. 록 사운드에 랩을 입혀 9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음악적인 메시지를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행동파 뮤지션이기도 하다
D 연습은 어떻게 했나?
공부하듯이 드럼을 쳤다.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내가 그때까지 음악을 너무 안 듣고 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까 찾아보기도 엄청 찾아보고. 아는 재미가 좋더라.
D 리듬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보컬 라인이랑 서스테인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난 라이브가 제일 중요하다. 레코딩보다 더. 라이브 때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이 느끼는 에너지다. 공연의 ‘느낌’. 다른 악기는 적당히 해도 된다. 근데 보컬이랑 드럼이 딱 맞아 떨어진다? 그때 에너지가 제일 좋다. 그래서 드럼 라인을 만들 때 보컬 라인과 가사를 달라고 한다. 그리고 서스테인(소리의 지속성). 치다가 소리가 삭 사라질 때가 있는데 내가 의도하지 않을 때 그게 사라지면 틀린 것처럼 들린다. 스네어나 심벌을 칠 때 웬만하면 서스테인이 있는데, 삑사리가 나거나 심벌이 서스테인이 없는 것이거나 해서 다음 리듬까지 가야 되는데 없다? 그 빈 공간을 난 못 견딘다.
D 영향을 많이 받은 밴드, 인물?
레드 제플린 Led Zeppelin. (드러머 존 본햄 John Bonham?) 아니다. 밴드로서 너무 좋아 보였다. 해체한 것까지도 너무 좋았다. 나는 밴드를 좋아하지, 드러머를 좋아해본 적이 없다. 예컨대 스티브 갯**은 드럼을 잘 치니까 좋긴 한데, 스티브 갯이 밴드를 한 게 아니잖나. 그래서 꽂히는 느낌은 없더라. 툴 Tool도 무척 좋아했다. 레드 제플린, 툴은 아직도 좋다.
**Steve Gadd. 미국의 세션 및 스튜디오 드러머. 다양한 장르에서 인기 있는 음악가들과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D 지금도 드러머 가뭄이다. 하드코어 펑크 쪽도 그렇고 포스트락도 그렇고.
드러머가 다른 악기 연주자보다 적은 것, 그게 우리나라에서 ‘당연한’ 상황인 거다. 이게 현실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밴드 여러 개를 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다. 좋고 안 좋고의 가치 판단을 할 문제는 아니다. 물론 자기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한에서. 사실 드럼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애들이 PC방 안 가고 합주실에 가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기하다. 누군가 여기저기에서 공연하고 있으면 ‘어떻게 여기까지 굴러들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은 좋아하는 음악, 즐거운 경험을 돈 만 오천 원, 2만 원에 살 수 있는데, 연주하는 사람들은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해서 그 짓을 해야 되잖나. 악기 사랴, 합주하랴, 사람 만나랴. 인디 음악을 하고 마이너한 음악을 하면 외국도 힘들다. 해외 애들도 밥벌이 빠듯하게 산다. 부자 되고 싶으면 그냥 증권사 가야지 뭐.
D 지금까지 한 밴드 중 애착이 있는 밴드들과 그 이유?
이 질문을 밴드 멤버들도 하더라. (웃음) 물론 순위를 매길 순 없지만 49Morphines는 내가 어릴 때부터 했던 거라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교 졸업 즈음 다음 카페에서 어떤 애들이 ‘드러머 구합니다’ 하길래 걔네랑 홍대 5번 출구 앞에서 만나서 합주를 했다. 뭘 했더라. Deftones(데프톤스)? 하하. 드럼 친 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 떨어질 줄 알았는데 같이 하자더라. 그래서 난 내가 잘 치는 줄 알았다. 근데 나 말고 대안이 없었던 거더라. 나보다 먼저 오디션 봤던 애가 더 답이 없는 놈이었단다. 그리고 할로우잰. 내가 멤버들이랑 일 말고, 음악으로 말고 어디 같이 놀러가본 사람들이 유일하게 할로우잰 사람들이다.
D 보통 20, 30대에 이런 고민 많이 하는데, 돈벌이 문제. 음악 때려치고 회사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있나?
생각은 한번 해 봤다. 예전에 잠깐 직장이라는 걸 6개월 다녀보긴 했는데, 어쩌다 보니 곧 관두게 되더라.
D 음악을 해온 긴 세월 동안 가장 행복했던 몇 가지 순간을 얘기해 준다면?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 몇 가지 순간을 꼽아서 얘기하기 애매하다. 하고 싶은 거 했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있고, 후회가 안 들어서 좋다. 선택의 문제니까. 주변 사람들이 애아빠가 된다거나 직장인이 된다거나 하면서 요새 그런 게 온다고 하더라. ‘현타’. “젊은 시절엔 뭐 하고 내 인생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게 정답이 맞나?” 이런 생각들이 든단다. 어릴 때 하고 싶었던 꿈을 향해 달리면서 살 걸, 난 이제 끝났구나, 하면서... 난 내 선택에 만족한다.
#TATOO
D 몸에 타투를 새기기 시작하게 된 이유?
그런 게 어딨나. 그냥 어렸을 때부터 봤던 애들이 다 그런 애들인데. (웃음) 당연히 해야 되는 건 줄 알았다. 없는 게 이상한 건 줄로만 알고 있어서 타투를 ‘해야겠다’가 아니라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들은 하나씩 다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외국 밴드들도 다 있으니까 그냥 당연한 것. (타투를 하려면 뜻이 있어야 되는 줄 알았다.) 하하.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다 별 의미 없다. 이건 우리 집 고양이, 내가 낙서한 것. 그리고 친구가 해보고 싶었던 건데 받을 손님이 없다, 그럼 하는 거다.
D 그럼 어쩌다 타투샵 대표가 되었는가?
예전에 의류 브랜드를 만든 적이 있다. 그때 상당히 지쳐 있었다. 내가 런칭한 건데도 힘들어서 그만 하고 싶었다. 그때는 진석이가 산울림(소극장) 옆에서 타투샵을 하고 있을 때였다. 진석이는 멤버니까 맨날 보잖나. 진석이 꿈이 1층에 타투 로드샵을 만드는 거랬다. 그때 ‘타투샵이랑 공연장을 같이 하면 멋있겠다’는 얘기를 우스갯소리로 했다. 근데 마침 내가 돈이 조금 있었다. 그래서 ‘그냥 차려 봐, 내가 투자할게. 네가 멋있게 잘 해 봐’ 해서 시작한 거다. 타투샵이 어느 정도 잘 되고 공연장을 만들 여건이 되었을 때 여기(망원동)로 이사온 거다. 같은 건물에 공연장과 샵이 있으면 왔다갔다하기 편하잖나. 2016년인가, 이사온 지 4년 차다.
D 타투샵 홍보 좀 해 달라.
우리 샵은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받는 게 모토다. 어떤 한 장르만 하고 싶어하지도 않고, 돈이 안 돼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확고한 친구들만 받는다. 돈 벌려고 왔다고 하면 비즈니스 샵에 가라고 한다. 하고 싶은 장르와 아티스트다운 비전이 확실하게 있는 사람들만 있다. 그런 타투를 받고 싶어서 오시는 건 언제나 환영이다. 그리고 오토 클레이브. (그게 뭐죠?) 살균 소독기다. 없는 데도 있다. 위생도 잘 지키고 가격도 합리적이다. 친구면 깎아주기 바쁘다. 하하. 그러니 맘 편히 놀러오시라.
D 타투, 음악의 연결고리?
둘다 제가 좋아하는 서브 컬처다. 내가 좋아하는 건 다 음악에서 비롯됐다. 이전에 의류 브랜드를 런칭한 것도 음악을 하는 해외 밴드들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로 옷을 만들고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걸 해보고 싶어서 진행한 거고, 공연장도 내가 밴드를 하니까 만든 거고. 타투샵도 헤비한 음악 하는 친구들이 보통 타투를 좋아하니까 만든 거고. 다 연관이 있다. 기본은 다 음악인 것 같다. 밴드, 음악, 문화.
D 공연장을 갖고 있으면 좋은 점?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모여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걸 볼 수 있다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음악하고 싶어서, 그래서 만든 거다.
D 드럼 말고 다룰 수 있는 악기는?
피아노. 개인적인 취미다. 뉴 에이지, 류이치 사카모토 곡들을 좋아한다.
D 좌우명?
짜치게 살지 말자. 다른 사람 이용해먹으려고 하고, 사기치려고 하면 안 되지. 내가 살려고 하는 방식에서 선택을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다.
D 지금 꿈꾸고 있는가?
지금이 나한테 슬럼프의 시기일 수가 있는 게, 난 이제 하고 싶은 게 없다. 다 해본 것 같다. '무엇을 해 봤으면 좋겠고, 뭐가 됐으면 좋겠고, 어떤 상황을 겪어 봤으면 좋겠고' 하는 그런 상황들을 너무 어릴 때 빨리 또 정신없이 겪었던 것 같다. 지금 꿈꾸고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딱 하나다. 주변 친구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것. 다들 무탈하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도와주면서.
D 내년 목표는?
정원이 있는 샵으로 이사 가기. 아티스트들이 그림 그리고 일하고 쩔어 있고(?) 하는데, 쉴 수 있는 데가 있으면 좋겠다고 작년부터 생각을 했다.
D 지금 행복한가?
평범하게, 행복한 것도 있고 불행한 것도 있다. 그게 다 누구 탓도 아니고 내 탓이니까 결국 행복한 거지.
D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코로나 조심하세요. 그리고… 저도 그렇지만 이 매거진도 자기가 자기 살 파먹으면서 스스로 손해보는 짓 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하하. 그러니 인터뷰 즐겁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부록]
드러머가 드러머에게 묻다
· 드러머 류명훈에게 드러머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어떤 면에서든 이걸 읽는 당신에게 유용한 지식이 되길 기원하며.
D 좋아하는 심벌 제품?
딱히 상관 없어요. 굳이 찾자면 우한Wuhan을 좋아한다. 서스테인만 길면 상관 없다. 사실 ‘좋다’는 건 주관적인 거다. 레코딩할 때나 수음할 때 음색에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라이브할 때 소리가 좋고, 튼튼하고, 서스테인이 길고. 이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하다. 우한, 아나톨리안Anatolian을 좋아한다. 싸고 튼튼해서. 하하.
D 모션이 큰 이유?
세게 치려고. 서스테인이랑 에너지랑 연관이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이 하드한 록 음악이고 해왔던 것도 그런 종류라, 일단 드럼이 레벨이나 에너지로 관중들이나 무대에서 파워를 뿜어내야 보는 이들에게 어느 정도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렇게 하다 보면 나도 즐겁고, 내가 즐거우면 관중들이 즐겁다. 또 관중들이 즐거우면 다시 나도 즐겁다. ‘드럼 칠 때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후배들이 물어보면 나는 무조건 크게 치라고 한다. 맨 처음에 할 때는. 그래야 작은 소리의 소중함도 알게 된다. 그게 습관이 되어야 나중에 작게 칠 수도 있고, 녹음할 때도 소리가 잘 들어간다.
D 드럼에서 제일 중요한 연습?
콤비네이션. 드럼은 밸런스라고 생각한다. 위가 너무 세도 안 되고 아래가 너무 세도 안 된다.
왼손-오른손 콤비네이션은 연습하면 얼추 맞는다. 근데 위아래의 밸런스는 스스로 시간을 충분히 들이고 신경써서 연습하지 않으면 잘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홀수-짝수로 바꿔 가면서 30분 동안 콤비네이션 연습을 한다. 스네어, 탐, 하이햇 다 돌아가면서.
킥, R, L - R, L, 킥 - R, 킥, L… 순서대로 메트로놈을 틀어놓고 그것만 연습한다. 그래야 나중에 ‘쿵빡’을 쳐도 잘 나온다.
D 요새 지향하는 드럼 스타일?
애쉬 사운 Ash Soan이라고 영국 세션 드러머다. 아델, 샘 스미스 등의 세션을 했다. 자기만의 드럼 레코딩 스튜디오가 따로 있는 꽃중년 아저씬데, 그 사람 톤이랑 플레이가 너무 깔끔하다. 셔플 치는 걸 봤는데, 말도 안 된다. 톤과 터치가 정말 좋다.
D 곡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멤버들의 소스에 ‘어울리는’ 걸 만들어주는 것. 그런데 사실 어울리는 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이트한 리프를 가져왔는데 내가 그걸 셔플로 칠 순 없는 거니까.
어떤 장르가 있다고 치자. 호보 펑크가 있고, 뉴 스쿨, 올드 스쿨, 그라인드 코어… 장르별로 음악을 듣다 보면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고, 그 리프가 그 리프고, 그 리듬이 그 리듬이다. 하하. 그래서 음악을 많이 들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게 있을 거다. 그렇게 스케치를 하고, 디테일은 더 신경써서 만들어야겠지. 결국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보컬 라인과 나머지 악기들의 리프에 얼마만큼 잘 묻느냐. 그리고 잘 묻게 내가 어떻게 연주를 하느냐. 사실 음악 많이 듣고, 라이브 많이 보는 게 최고다.
D 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보통 기타나 보컬이 소스를 많이 들고 오잖나?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나인 거다. 내가 받아들이는 거잖나. 해석하는 건 내 맘인 거다. 대부분 내가 생각하는 거랑 그가 생각하는 거랑 딱히 다르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그랑 나랑 밴드를 하는 거지. 하하. 그래서 처음엔 구체적인 질문들을 하지 않고 일단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어울리는 걸 친다. 우선 치고 나서, 같이 들어본다. 그렇게 생각을 한번 더 한다. 말 그대로 스케치를 같이 하는 거다. 또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녹음을 해서 들어본다. 추가시키고 싶은 디테일을 추가시킨다. 살짝살짝 디테일이랑 와꾸를 맞추는 거다. 그런데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결국 나중에 보면 처음에 했던 게 가장 좋더라. (웃음)
Credits
Producer : Mox
Photographer : suki stranger
Videographer : Tae-young, Kim
Editor : Yesol, 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