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PEOPLE l NO.4


정 태 용
(Visual artist)

변화, 성장, 변신, 정태용
세상에 얘기하고 싶은 말
그림에 담아 승화하는
‌'리빌아이즈 - 하이드아이즈'

D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반갑습니다, 시각예술가 정태용이라고 합니다. 저는 ‘하이드 아이즈(Hideyes)’와 ‘리빌 아이즈(Revealeyes)’라는 활동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D 어떤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가?
인간의 보이지 않거나 보이는 여러 특징들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작업을 한다. 내면에 충실한 것들. 활동을 시작할 때 미술로 스스로의 심리를 치료하고픈 마음이 있어서 색채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안에 있는 것들을 토해내면서 응어리를 사라지게 하는 거랄까. 옛날엔 소리내어 표현하고 싶었던 게 많았다. (웃음) 이전에는 페인팅을 주로 했다면 요새는 재료의 특성과 성질을 살리는 미술 활동을 하고 있고, 무언가를 재미나게 섞어서 만들고, 부수고, 펼쳐놓고, 조합한다. 분해와 창조, 파괴, 재조합이다. 지금은 색채에 대해서 좀더 진중하게 공부를 하고 있다.


D 원래 전공이 미술이었나? 
컴퓨터그래픽을 다루는 시각디자인을 했다.


D 예술인으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된 계기? 
작가로 활동해야겠다는 어마어마한 마음을 굳히고 시작한 게 아니라 뭔가를 ‘표현’하려다 보니까 나의 그림을 시작하게 됐다. 그림으로 뭔가를 나타내는 것이 재밌고, 제일 잘 하는 게 그림이라서. 사실 음악도 좋아해서 바이올린도 켜 보고 피아노도 쳐 보고 기타도 쳐 보고 밴드도 해 봤는데 뭔가 이상하게 안 맞더라. 하하.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전형적인 호감을 가져다주고 또 그걸 셀링할 수 있는 것이다. 근데 난 창작물을 굳이 그 틀에 맞추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개인 작업을 병행했다. 그렇게 1~2년 정도 생활하다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D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만족을 하지 못해서’. 그게 태생인 인간이라. 그림을 그리다 보면 욕구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것 같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욕구라기보다 변화에 대한 욕구. 나도 계속 변화하고, 인간은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가는 동물이다 보니 결국 세상에 적응하는 게 나만의 ‘표현’으로 이어지는데, 그림을 그리면 그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D 작업물을 SNS에 많이 올리는 편이다. 최근 SNS의 기존 작업물이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분위기로 리뉴얼이 되었다. 예전 작품들을 비공개한 이유가 있나? 
과거에 머물러있고 싶지 않아서. ‘나는 지금 이래' 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스타일이 바뀌든 말든 어차피 나야’ 이런 느낌? 지금까지의 작품들이 공식적 아카이브라고 하기엔 아직 나는 계속 변화하면서 스타일을 계속 찾고 있다. 계속 성장 중이다. 하하. 이전에 서울시의 지정된 장소에서 그래피티를 하고 나서 그게 완전 이슈가 돼서... 그 이후 더 열심히 해야겠다, 활동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창피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게 작품을 하는 데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 살면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인생에서 잘 느끼지 못할 좋은 역량을 키우게 한 일이었다. 굳이 이것저것 표현을 하지 않아도 있을 건 있는 거다. 그러니 사라지는 것에 대한 미련도 가질 필요가 없다. 앞으로 존재할 것들이 너무나 무수히 많기 때문에.


HIDEYES

WHAT YOU SEE IS NOT ALWAYS THE TRUTH.

D 페인팅, 일러스트, 그래피티, 비디오 아트, 미디어 아트,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그래피티를 시작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나? 
어느 순간 창작을 ‘밖’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게 그래피티였고. 나는 한 가지 장르만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무언가를 소리로 표현하고 싶으면 소리에 대해 디깅해서 표현해 보고, 이미지를 움직이는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으면 ‘여기서 편집 좀 해볼까?’ 해서 편집기랑 애프터이펙트도 써 본다. 사실 내가 다 하고 싶고, 다른 사람한테 맡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협업하면 신경써야 할 게 많으니까. 그러다 보니 영상, 사진, 그림, 그래피티, 여러가지 재료를 사용한 조각품 등등 다양한 시각예술을 하게 된 거다.


D 자기 분야에 대해서 어디까지 미쳐봤는가? 
그것보단 일종의 노하우 같은 건데,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게 있다고 치자. 어떤 기술을 쓰면 그걸 잘 표현할 것 같은데 그걸 할 줄 모른다고 치자. 그럼 그걸 눈으로 학습을 한다. ‘배워야 되는 것들’이 있다. 표현 기법이나 테크닉은 결국 배워야 하는 거잖나. 예를 들어 그래피티 스프레이를 다룬다거나 하는 것. 나는 그래피티를 하기 위해 많은 영상들을 찾아봤다. 물론 직접 하는 거랑은 차이가 있지만, 디테일하게 보는 거다. 손 동작 같은 것을 눈으로 익힌 다음 카피를 한다. 스프레이도 캡에 따라서 얇게 나오고 굵게 나오고 점점이 나오기도 하고 흘러나오기도 하고 물감 던져지듯 뿌려지기도 하고... 그런 걸 시각으로 접하면서 스킬을 익힌다. 뭔가 표현하고 싶으면 누구한테 찾아가서 배우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해왔다. 인터넷. 세상이 너무 좋아졌잖나 (웃음).

D 그래피티의 재료비가 이렇게 많이 나가는 줄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며 처음 알았다.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페이는 어떠한가? 
평당으로 계산을 한다. 돈은 ‘내 그림의 가치’인데, 내가 하는 행위에 합당하냐? 그럼 그 기준은 아직 애매하다. 금전적인 처우는 상황마다, 사람마다 천지차이로 다를 거다. 아예 못 받는 경우도 있고, 많이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고.


D 그래피티의 매력, 특징을 어필해줄 수 있나?

밖에서 할 수 있고, 넓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거리 예술이니까. 외국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옛날부터 우리에게는 나라에 표현할 수 있고 불특정 다수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글과 길이었다.

D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해결해야 되는 여러가지 일들,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면서 이상을 꿈꾼다. 항상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코로나로 인해 조용하게 지내고 있다. 이게 언제 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재정비의 시간을 길게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해야 되나. 좀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다들) 준비하고 있는 거다. 지구는 맑아지고 있으니까.


D 가끔은 작업하는 일이 재미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도 즐기려고 노력하는가?
표현하고 싶은 게 너무 많으면 슬럼프가 없다. (웃음) 그리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도 너무 다양해서 그럴 겨를이 없다. 애프터이펙트, 프리미어 이런 것도 다 독학한 거다. 음악 비트도 그냥 내 마음대로 찍는다. FL스튜디오라는 시퀀서(작곡 프로그램)가 재밌더라. 근데 요즘은 좀 덜어낸다.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실행하지 않고, 직업정신을 갖고 하게 되더라. ‘아 이런 거 만들면 좋겠네’ 하고서 안 한다. 하하. 특히 비디오 아트는 일이다. 가끔 하기 싫기도 하고… 진짜 좋아서 했던 것들이 일이 되고 수단이 되면 안 하게 되더라. 작품활동으로 돈을 벌려고 노력을 하면 많이 지친다. 그래서 그림이 좋은 거 같다. 그림은 누가 (그리라고) 시킬 수가 없잖아?


D 지금 생업으로 여러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 병행하기가 힘들 것 같다. 부담감은 없나?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계속 아 자유롭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 그랬는데, 지금은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좀더 집중하면서 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한다.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좋은 거고 그것도 자유의 일부니까.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 마느냐의 선택도 나의 자유고, 결국 다 나를 위해서 하는 거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게 어려운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싫어하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거’라고 주문을 거는 것 같다. 그래야 작품에도 좋은 영향을 가져다준다.

D 대중에게 인기있는 아티스트들은 상업과 예술의 애매모호한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작품을 발표한다. 의도해서 만들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예술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런 것 같다. 작품을 만들 때, 또는 구상할 때 상업적인 성공에 대해서 어느 정도 생각하는가?
‘리빌 아이즈’는 일상 속 소재들을 영감으로 해서 만든다. 그래서 대중적이다. ‘하이드 아이즈’는 내 속얘기들이니까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긴 힘든 느낌이다. 작품으로 인기를 얻고 인지도가 높아지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근데 그러기 위해서 예술작품을 만들지는 않는다. ‘리빌 아이즈’는 인기가 꽤 좋은 반면 ‘하이드 아이즈’는 안 팔린다. (웃음) 다 니즈가 맞고 안 맞고의 차이다. 뭐든 나와 관계없이 소비자 개인이 그게 좋아서 보고 듣고 선택하는 거라서.


D 영향을 받은 작가 혹은 영감을 주는 누군가가 있는가? 
있긴 한데, 굳이 말하고 싶진 않아요. 하하. 앤디 워홀, 바스키아, 고흐…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닮고 싶어한다.


D 2014년 루브르 아트 페어에 페인팅 작품을 전시했다. 전시를 하게 된 계기? 
어릴 적 친구의 추천으로 소개됐다. 친구를 통해 한 갤러리를 알게 됐고, 그쪽에서 ‘해보겠어요?’ 해서 전시하게 된 거다. 루브르 페어 이후 ‘이런 것도 해 봤으니까 이제 개인전도 해 봐야지!’ 하면서 용기가 생겼다. 루브르 아트 페어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여러분. 돈만 있으면. 하하. 난 거기 못 가고 내 작품 세 점만 거기로 갔지…


D 떠오르는 영감을 어떻게 메모해 놓는가?
이전에는 즉각즉각 표현하고 흔적을 남기는 데 집중했다. 요즘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머릿속에 기억을 남겨놓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명상에 가깝다. 한 가지에 집중하다가 다른 일을 하게 되면 그걸 잃게 되는데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순간순간 표현하고 싶은 것들, 놓치지 않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런 걸 최대한 기억해둔다. 머릿속으로 내가 어떤 걸 그리고 표현할지를 생각한다. 뇌를 좀 많이 쓰려고 하는 거다. (웃음)


D 영감을 실현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결국, 기획 단계.


D 책도 좋아한다고 들었다. 요새 관심 가거나 흥미롭게 읽었던 책?
인류에 대한 책. <호모데우스>, <색채론>, <인간 본성의 법칙>. 재밌다.


D 좋아하는 음악은?

주변에서 친구들이 하는 음악을 좋아한다. 락, 펑크, 인디, 클래식, 하우스 뮤직, 디스코, 테크노, 힙합 등등. 얼터너티브도 좋고. 음악은 안 가리고 다 좋아한다.


D 애장품 세 개를 꼽자면? 
오토바이. 어디든 다니고 싶어서 오프로드 바이크를 작년에 구매했다. 온로드, 오프로드 둘 다 가능한 게 나에겐 중요했다. 그리고 핸드폰. 마지막으로는 펜. 적는 것. 아날로그가 좋아서.




REVEALEYES

Confrontation/대립




나 자신과의 대립
네가 지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금도 자라고 있다



D 당신의 하루 일과는 대략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좀 딜레이된 생활 패턴이라 해야 하나. 오전 11시~오후 1시쯤 일어나서 오후에 쉬고, 저녁에 작업을 한다. 보통은 새벽 3시쯤, 늦으면 새벽 5~6시쯤 잠든다. 작업 일정이나 마감날이 잡히면 잠이 줄어든다. 한 달 뒤 전시가 잡히면 밤새면서 계속 작업한다. 일이 없을 때는 그때그때 개인적인 주제로 기록을 한다. (취미는?) 넷플릭스를 좋아해서 영상을 틀어놓고 지낸다. 영화는 봤던 걸 많이 보는 편인데 똑같은 걸 50번 넘게 본 적도 있다. (웃음) 선라이즈 시리즈. 그건 3편부터 1편까지 거꾸로 보기도 하고.


D 디깅에서 소개해줬으면 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배준희.
*신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인스트루멘탈 힙합 트랙을 만드는 프로듀서.


D 좌우명, 생활 신조는 무엇?
순수함을 잃지 말자. 이게 내가 예술을 하는 본질이다.


D 지금 꿈꾸고 있는가?
꿈? 꿈은 항상 꾸고 있어요.
태용정 뮤지엄을 만드는 것? (웃음)


D 당신은 행복한가?
네. (행복한 이유는?) 엄청 큰 파도가 나를 덮쳤을 때, 나는 나를 내려놓고 그냥 흘러갈 수밖에. 버티려고 하면 스스로 힘들다. 그대로 흘러가면 힘이 세지는 거고. 

뭐 맨날 행복할 수가 있나. 좋은 게 있으면 좋고, 안 좋은 게 있으면 안 좋고 이런 거지.


D 내년 목표는?
하고 싶은 것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올해를 잘 견디는 것. 나 자신에 대해 좀더 파고들고 싶은 상황을 만드는 것.


D 끝으로 디깅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싫어하는 것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정 태 용
v
isual artist


Credits



Producer : Mox

Photographer : suki stranger

Videographer : Tae-young, Kim

Editor : Yesol, Han


HIDEEYES

@hideeyes  l  WHAT YOU SEE IS NOT ALWAYS THE TRUTH.

REVEALEYES

@revealeyesl   rɪˈviːl 리비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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