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PEOPLE l NO.7


이 찬 희

(artist)

‘주름’이 조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주름이라는 건 반복적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잔뼈가 굵어지는 거죠. 기타를 오래 친 사람들 보면 왼쪽 승모근이 많이 굳어 있는 경향이 있는데, 딱 그런 거요. 주름이 생기도록 그렇게 계속 비벼대면 사람들은 다 아는 것 같아요.”


때로 소년 만화의 주인공처럼

때로 식솔 딸린 집안의 가장처럼

‘현실에 발 딛고 가슴에 이상을 품은' 

반짝반짝 빛나는, 이찬희

D 만나뵙게 되어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차세대라는 그룹 사운드에서 노래하고 있는 이찬희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주부였다가 최근 록커가 되었습니다. 주부 때는 멤버들한테 밥을 해 줬고요, 지금은 밥을 사 줍니다. (웃음) 



저는 답십리라는 서울 동네에서 태어나 대가족으로 자랐어요. 전형적인,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며 중고 통합 5년제 학교를 다녔어요. 공부도 좋아했고, 동아리를 열심히 하면서 학교생활을 보냈죠. 악기도 이것저것 해봤는데 중학생 때 처음 베이스를 쳐 봤고, 신디사이저도 치고 트럼펫도 불곤 했어요. 그러면서 ‘루스터스’라는 밴드로 큰 꿈을 갖고 씬으로 나와서 5~6년간 활동했고요, 다른 많은 밴드들이 해체하듯 자연스레 해체했어요. 


이전에 Club FF에서 어워드를 했는데 ‘한 해 동안 공연을 가장 많이 한 뮤지션’이랑 ‘최연소 뮤지션’에 저희가 뽑혔더라고요. 효율이 안 좋았단 얘기죠. (웃음) 아 맞다. ‘J배고파’라는 펑크 밴드를 한 적도 있어요. ‘존나 배고파’ 라고, 하하. 더 클래쉬, 노브레인, 크라잉넛 감성의 밴드였어요. 다 때려 부수는 펑크요. 그후 밴드를 쉬면서 2~3년 정도 트럭을 몰았어요. 열심히 돈 벌어서 집을 구하고, 지금은 용사들을 모아서 밴드 ‘차세대’를 하고 있습니다. 비틀즈 같은 60년대 밴드들, 한국에서 꼽자면 문샤이너스와 비슷한 결의 음악을 하고 있어요.

D 차세대의 음악에서 문샤이너스, 모노톤즈의 느낌도 받았던 것 같다.

맞아요. 로컬화를 해야 되니까요. 비틀즈는 너무 포괄적이라서요. 비틀즈로 시작하는 큰 갈래에서 영향을 받지 않은 밴드가 거의 없어요.



D 궁금한 게 있다. 나중에 트럭이나 캠핑카로 전국투어도 할 예정인가?

안 그래도 제가 ‘락앤롤 트럭’이라는 기획으로 동해안을 따라 쭉 돌아볼까 했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있더라고요. 공연에 관한 법이 있대요. 그래서 그건 해결 방법을 한번 찾아봐야 해요. 



D 루스터스에서 신디사이저와 하모니카를 주로 담당했다. 기타와 보컬로 포지션이 바뀌고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 

모든 것이 다 달라졌다고 말씀드려도 맞고, 똑같다고 해도 맞아요. 이전에는 에프엑스fx였죠. 크라잉넛으로 치면 인수 형 같은 존재인 거죠. 바뀐 점은 ‘노래’를 하게 됐다는 거예요. 가장 고차원의 악기, 보칼…! 노래라는 게 참 어렵잖아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본질은 ‘쇼'를 잘 하는 거니까... 계속 겸허하게 연습하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결국 얼마나 분위기를 잘 뒤집어놓느냐, 그 문제잖아요. 그래서 절대적인 수행시간에 대해서는 설명을 안 하고 싶고, (웃음) 그냥 그 ‘쇼’에 대한 싸움이라고 생각하며 연습해요. 저는 공연을 ‘쇼'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거든요. 팬시한 느낌. 그 말이 또 짜치는 면도 있는데, ‘야, 오늘 쇼 있니?’ 이런 말이 저는 좋아요.

D ‘쇼’를 잘 하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고민이 있을 것 같다. ‘나를 자연스럽게 보여줄 것인가, 완벽하게 기획된 걸 보여줄 것인가’ 등.

차세대는 연극적 요소를 많이 넣으니까 레퍼토리가 많은데요. 내일 공연도 여러가지 고민이 있어요. 그런 고민을 하는 과정은 즐거워요. 나는 (준비를) 이빠이 해서 나가는데 남들은 잘 모르는 그런 거. 하하. 직관적인 것, 예컨대 ‘옷을 뭘 입었느냐’, ‘립스틱을 뭘 발랐냐’ 이런 것도 중요해요. 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면 파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완벽한 기획을 하자면 추가로 ‘주름’이 조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주름이라는 게 얼굴의 주름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뼈대가 굵어지는 거죠. 기타를 오래 친 사람들을 보면 왼쪽 승모근이 굳어 있는 경향이 있는데, 딱 그런 거요. 주름이 생기도록 그렇게 계속 비벼대면 사람들은 다 아는 것 같아요. 저희끼리도 만나면 다 알잖아요. ‘아, 쟤 저거 진짜 잘 하는데? 여기에 이런 거 저렇게 잘 하는 사람이 있나?’ 이런 거요. 그런 부분이 제가 못 내뿜었던 거라 요즘 그런 걸 좀 연습하고 싶어요. 패기, 건방짐, 이런 건 자신있죠. 


제가 닮고 싶은 건 말이 별로 없으신 할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한 50년 한 간지. 그런 포스는 많이 하는 데서 나오니까. 근데 이런 고민들이 부질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언제냐면, 보는 사람 시점에서는 결국 무언가 ‘액티브한 것'을 보는 편이 가장 좋은 것 같더라고요. 하하.

D 차세대의 슬로건 ‘당신들의 다음 세대, 차세대’는 정말 멋지다. 이 슬로건은 어떻게 만들었는가?

‘차세대’란 단어가 약간 무겁기도 하고 웹 서칭도 어렵거든요. 검색해 보면 ‘차세대 자주포’, ‘차세대 F22’, ‘차세대 박근혜 청년수당’... 이런 것들이 꽤 많아요. 그래서 우리가 고유명사가 되어야 될 것 같았어요. 슬로건은 첫 공연 끝나고 갑자기 확 나왔죠. 다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D 밴드가 가진 다양한 색깔들을 하나로 정리해서 확실한 컨셉을 보여주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차세대’의 고유한 컨셉은 어떻게 정립하게 됐나?

‘트렌디하다’고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거기에 저를 맞추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무시하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그러면서도 평소 안 하던 걸 해보고 싶어서 바이섹슈얼한 브랜드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라는 넷플릭스 버라이어티 아세요? 그런 드랙 콘텐츠들에서 착안한 것들이 많아요. 


근데 저는 이렇게 ‘컨셉을 분명하게 가지고 가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어요. 사람들이 자기 일을 집중해서 하는 동안은 자기를 객관화해서 볼 수 없잖아요. 저희 1집도 제가 들으면 잘 된 건지 아닌지 모르겠어요. 저한테는 이미 낡고 닳아버린 느낌인 거죠. 그래서 가볍게 마음을 먹고 ‘이번 시즌엔 이거’ 하는 식으로 해요. 휘발되는 이미지가 많으니까요. 앨범을 3~4개월 만들었다 해도 요새는 2주면 다 듣죠. 심지어 컨셉은 더해요. 힙합 신에 요새 철권 캐릭터 같은 것도 나오던데, 그런 컨셉들은 길면 일주일? 그래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려고요. 차세대는 기본적으로 빈티지한 옷도 좋아하고 스타일링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래도 애비로드 정도의 컨셉 음악을 만들 게 아니면 너무 깊이 생각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 보면 다 별로예요. (전원 웃음) 


제가 멤버들한테 갑자기 귀걸이를 끼라고 하거나 하면 멤버들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저는 어떤 하나의 컨셉이 끝날 때까지는 확고한 척을 해야 되거든요. 하하. 그래서 저 스스로 더 궁지로 모는 거예요. ‘더 해야 돼, 더 세게 해야 돼’ 하면서요.



D 그걸 소화해내고 따라주는 동료들이 있 는 것도 행운인 것 같다. 나의 생각을 친구들이 믿어주니까.

그럼요. 저는 저희 밴드가 축제 같으면 좋겠어요. 앨범마다 보이는 모습은 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항상 축제 같았다면 좋겠어요. ‘주말을 함께 하고 싶은 집단, 시절’이었으면 좋겠어요.

D 찬희 님의 라이브를 보면 대형 무대에서 사람들과 하나되어 공연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무대 아래서 어떤 상상을 하는가? 또, 공연할 때는 어떤 생각을 하며 연주하는지?

무대 밑에서 저는 엔터테이너들이 갖춰야 하는 전형적인 것들에 대해 고민해요. 멋있게 움직여야 되고, 카메라도 잘 찾으면 좋고. 만약 옷을 사면 그 옷에 맞는 각도의 멋있는 기타 폼, 자세, 그런 재미없는 것들을 연습해요. 전신 거울도 의식적으로 많이 보고요. 사는 게 좀 빡세죠. 내가 누군지 자기객관화가 너무 잘 되잖아요. (모두 웃음) 


공연 때 마지막 멘트로 ‘사랑합니다’를 하고 끝내는데, 별 뜻이 있어서 하는 건 아녜요. 근데 사람들이 그런 캐치 프레이즈를 통해 저희를 받아들이고, 그런 바이브를 보고서 저희 공연에 오시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새 좀 사랑 나눔이 스타일로 공연해요.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 되니까 또 좋더라고요. 자유로운 마음이 들고, 더 힘냈으면 좋겠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공연해요. 공연을 잘 못했다고 생각하는 날은, 포즈나 그런 걸 무대 위에서 신경쓰게 되는 날이죠. 그건 조진 날이죠. 근데 그건 나만 알아요. 하하. 내가 못한 날에 몇몇은 존나 잘했다고 하니까. 그게 비일비재해요.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하죠. 내가 연습을 왜 한 거지? 그 현상이 뭔지 알아내고 싶어요. 모종의 의문을 남기고 싶지 않네요. (웃음)


무대 규모에 대해서는 엄청 큰 걸 상상해요. 사운드도 신경쓰고요. 노래방 에코 때문에 리버브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저는 리버브를 좋아해요. 무대가 커 보이는 현장감과 설렘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오아시스Oasis가 하는 넓이의 무대에서 연주한다고 상상하고 공연하죠. 다른 멤버들도 꿈의 그릇은 다들 큰 거 같아요. 하하. 넓은 데만 보면 ‘공연하면 좋겠다’고 얘기하니까.

D 음악을 시작하고 찬희 님이 쓴 곡 중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나사렛’이라는 미발매곡이 있어요. 가장 솔직하고, 항상 하고 싶었던 얘기예요. 저는 불교를 좀더 좋아하지만 그 노래가 제일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근데 아마 아닐 거예요. 멜론에 노래를 내 보니까 그 생리를 알겠더라고요 (모두 웃음). ‘예수 나를 용서해주세요/ 젊은 너와 내가 새벽 기도실로 숨었다/ 우리 뭐라도 말을 해야지/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노래도 불러야 할 것 같아서/ 라라라 라라라’. 


가사가 이래요. 합정동 근처 살 때 합정동 교회에 많이 갔거든요. 새벽에 갈 데가 없어 가지고 (웃음). 새벽에 그 교회에 가면 다 저 같은 애들이고, 할아버지들도 있고요. 제가 감리교 재단 학교를 졸업해서 어릴 때부터 성경을 많이 읽었어요. 또 동화나 컨셉슈얼한 것들을 좋아하니까 그런 서사를 가사로 썼어요. 근데 판타지가 아니고 진짜 내 얘기를 한 게 그 곡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그 노래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마음을 이해받는 느낌일 것 같아요. 


나사렛은 예수가 나고 자란 곳인데, 가난한 슬럼 같은 마을을 얘기하기도 하더라고요. ‘나사렛’은 록스타 예수님의 그 맛만 좀 빌려온 거 같아요. 예수님은 좋아해요. 예수님은 록스타니까요. 정말 록스타예요. (예수님처럼 살면 멋있을 거 같아요) 좀 부러워요. 예수님의 클래스는 너무 높으니까 예수님이 살던 동네만 살짝 건드려본 거죠.

D 지금까지 총 세 번의 단독공연을 진행했다. 세 공연 모두 올해 진행이 되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단독공연은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상황임에도 성공적으로 진행이 됐다. 공연 기획부터 모든 것들을 차세대가 직접 준비했는데, 그 경험을 기반으로 네 번째 단독 공연에서 꾸미는 일이 있는지?

쇼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해요. ‘무대를 해적선같이 꾸며 볼까?’ 사실은 헬기도 띄우고 싶은데요. (웃음) 가능한 선에서는 언플러그드예요. 코로나 사태 완화 여부에 달려 있겠지만 다음 쇼는 언플러그드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하나는 토크 쇼 겸 공연. 요새는 앉아서 보는 공연이 많잖아요. 차분한 차세대도 꽤 좋더라고요. 시도해볼 만 한 것 같아요.



D 곡을 만드는 특별한 방식이 있다면?

매 기획공연마다 인트로를 새로 만들어요. 어레인지를 많이 하지 않고 1분대 연주곡을 구상하는데, 그 방식을 요새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가 음악을 만들고 믹스해서 보내는 편이었고 요새는 멤버들을 믿고 일을 그냥 벌려놔요. 하하. 각자의 파트가 따로 있는 거니까. 저는 베이스를 못 치고, 베이스를 잡아도 기타처럼 치니까 그런 부분을 믿고 맡겨요. 


저는 합주할 때 인격 모독(?)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것도 많이 줄었어요. 물론 틈을 보이면 삭 찌르고 나올 수는 있지. 들어갈 수는 있지. 하하. 어쨌든 각자의 파트가 프라이드를 갖게 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조던 형님은 팀원들을 채찍질하는 만큼 자신을 두 배 더 채찍질하는데... 저도 조던 형님 급만 되면 좋겠어요.

D자기 분야에서 어디까지 미쳐봤는가? 그래서 나온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나?

섣불리 대답하기 어려운 난이도네요. 기타는 이번 해에 처음 쳐보기 시작한 거라, 올해는 집에서 항상 기타를 매고 있었어요. 1집을 작업할 때는 미쳐본... 게 아니라 미칠 것 같았죠 (전원 웃음). 보컬이 너무 맘에 안 들어서 울 뻔했어요. 그래서 나온 노하우는 ‘놀이로 만드는 것’. 설거지도 우리끼리 가위바위보 해서 하면 할 만 하잖아요. 좀 놀 줄 아는 동료들, 혹은 놀이 선생님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얘들아, 1집 어떻게 할까? 앞으로 어떻게 할지 쭉 정리해서 게임해 볼까?’ 이런 놀이 선생님이요. 모든 걸 혼자서 다 해내면 그건 정말 록스타고요. 결국 흥미가 많은 사람이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잠은요?) 잠은 원래 잘 안 자요. 하루에 보통 세 시간 미만으로 자요. 열심히 한단 얘기가 아니라, 깨서 헛짓거리들을 좀 많이 하는데 (웃음) 그 헛짓거리들의 절대량이 많기 때문에 일상이 조금 이상하다고도 볼 수 있겠죠.



D당신의 하루는 대략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세 시간 자고, 놀아요. 하하. 요새 출근을 안 하니까 삶의 만족도가 꽤 높아요. 드러머 원희랑 프랑코라는 친구랑 저랑 셋이 같이 사는데, 저는 보통 오전 5시에 일어나서 카페에 가거나 산책을 하면서 시간을 죽여요. 일어나면 커피나 차 한잔을 꼭 마셔요. 그러고 망원동 작업실 가서 멤버들이랑 매일 잼 하고 작업하고 이것저것 하면서 하루를 보내요.



D디깅매거진에서 인터뷰를 해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나? 

차세대 멤버들도 재밌을 것 같고, 평소 멋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김칠두 님이요. 시니어 모델 하시는 분이에요.

D좌우명, 생활 신조가 무엇인가?

올해 저에게 가장 힘이 되고, 중요했던 말은 ‘용기'. 원래 그 말 자체가 너무 싫어서 말해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도 다 용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 같아요. 용기를 내면 무언가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D지금 꿈꾸고 있는가?

네. 정말 집중하고 있는 거 같아요. 옛날엔 이런 얘기 누가 물어보면 부끄러웠는데 요새는 편해요. 진심으로 하고 있어요. (최종적으로 할아버지가 됐을 때 되고 싶은 사람은?) 역사서에 나오는 사람들 있잖아요. 관우나 장비. 앞으로 만 년이 지나도 캐릭터로 남아 있을 사람들. 선지자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 상향평준화 돼 있고 정보가 포화된 시대에 힘든 일이란 걸 알고 있는데, 도전해보고 싶어요. 눈치봐서 그만두는 일만 내가 안 하고 지킬 수 있다면 좋겠죠. 나훈아 같은 사람이 되어도 좋겠네요. 저번에 TV로 봤는데 날개를 쫙 펼치고, 멋있더라고요. 



D내년 목표는?

생계 유지 말고, 사치할 수 있게 만들기. 저는 상관 없는데 저 말고 저희 멤버들이요. 멤버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그렇다기보다, 사랑은 물론 하지만, 그냥 제 결심 중의 하나예요. 근데 금전욕보다 명예욕이 훨씬 더 많아요. 홍대 축제에 가고 싶습니다. 집 앞에서 행사하고 싶어요. (웃음) 끝나서 바다회사랑 가서 전어 먹고 그러면 되는 거죠 뭐. ‘명예’와 ‘인기’. 그게 한참 고프고, 그렇게 하기 위해 다같이 모여서 ‘뭔가를 좀 만들어볼까’, ‘멋있는 거 만들어볼까’ 하는 게 저는 좋아요. 



D지금 행복한가?

네. 되게 행복한 것 같습니다. 고민도 많고, 바쁘고, 많이 놀고 있고. 모자라다고 생각하지만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고요. 



D 좋은 향기가 나는데요?

지금 여러 가지 향이 레이어가 됐어요. 하나는 저희와 작업한 멋진 포토그래퍼 분이 있는데 제가 선물을 받아가지고. 바디워셔를 하고, 인터뷰 한다고 바디로션까지 발랐고. 향 피우는 걸 좋아해서 밤새 피워놓은 나그참파 똥(?)이 많이 묻어 있고요. 그리고 저희 누나 굿즈 중에 ‘어떤 용기’라는 굿즈가 있어요. 어떤 조향사 분이 <어떤 용기>라는 누나의 단편을 읽고 만든 거예요. 그걸 뿌리고 러쉬 바디 스프레이까지 뿌린 거죠. 이 질문 안 하셨으면 서운할 뻔했어요. 



D 누나 (이슬아 작가)와 친한 것 같다. 같이 공연도 했다. 친근한 가족 사이가 참 어려운데 멋있다. 

누나랑 저랑 친하긴 한데 같이 안 산지 엄청 오래 됐거든요. 최근에는 서로 영향을 줄 일이 사실 많이 없어요. 그리고 누나는 이제 지코거든요. 록스타예요. (모두 웃음) 책 내면 무조건 알라딘이에요. 


누나가 곡을 만들어서 저한테 종종 보내준 적이 있어요. 서로 가끔씩 신곡도 들려주고 신작도 보내주거든요. 서로의 여가생활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 와중에 누나가 언제 한 번 전업 정도는 아니어도 공연을 하고 싶어한 게 있어서, 재밌게 해보자! 하고 진행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좀더 치열했어요. 누나가 좀더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긴 했죠. (웃음) 


문단 쪽 관객들은 분위기가 좀 달라요. 북토크 같은 걸 하고 공연 하기 때문에, 작가와의 질의응답 시간 같은 걸 하면 제가 다 본단 말이에요. 되게 진지하고, 되게 날카롭습니다. 관객들이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많이 해요. 

D 예술가들의 특별한 장점을 하나 꼽자면 상상력, 창의력이다. 어디서 영감을 받나? 

만화인 거 같아요. 만화는 진짜 많이 봐서. 저는 음악을 하고 있지만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하고 많이 본 게 만화거든요. 만화 본 게 몇만 권대예요. 음악은 데드라인이 잡히면 곡을 쓰는 거랑, 믹스하는 거, 화보 찍고 섬네일 만드는 그런 일이 저한테는 다 똑같게 느껴져요. 그럴 때 만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기억나는 캐릭터 3이랑 맘에 드는 캐릭터 2를 저한테 입히는 거죠. 재밌으니까. 


멤버들한테도 하고요. 또 에피소드가 있다면 영감이라는 건 트럭 운전을 할 때 좀 떠올라요. 제 매뉴얼이 있어요. ‘시리야~’ 를 부르고서 혼자 쿵치따치 노래하는 거예요. 제가 2년 동안 매일 거의 열 시간씩 운전했거든요. 지금 음악들이 거의 다 그때 만든 거예요. 스물 다섯 살 쯤 일하면서요. 영감이라는 말을 잘 안 쓰기는 하는데… 그래도 돈 없거나 배고파야 음악이 된다는 노잼 얘기를 할 수밖에 없겠는데. 아, 잘 먹고 다니긴 하는데 심적으로 상황이 안 좋아야 되는 것 같아요. 파도를 만나는 것. 그런 쪽으로 M 성향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모두 웃음) 


그런 상황이 되면 뭔가 되는 것 같아요. 네. 영감은 결국  위기인 것 같습니다. ‘드디어 오랜만에 찾아온 위기’. 저는 요새 위기가 좀 적어진 것 같아요. 위기를 피하는 방법만 늘어가지고. 하하.



D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1. <원피스>의 상디

  2. <헌터x헌터>의 키라

  3. <도박마>의 바쿠

D 인터뷰에서 ‘이런 건 물어봐줬으면 좋겠다’싶은 이야기도 있을 것 같다. 만약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이유는?

뻔한 질문도 좋아해요. ‘자주 가는 맛집, 가성비 좋은 맛집’ 이런 거요. 관심사라면 기타 얘기도 해보고 싶어요. 요즘 기타 오타쿠가 됐거든요. 기타라는 물건이 너무 좋아요. 아, 저는 펜더파입니다. 깁슨 전문 살인마죠. 이 기타가 몇 년도에 제작됐고 톤이 어떻고, 빈티지인지 아닌지, 뭐가 특징인지… 제가 가끔 그런 인스타 라이브를 하는데 하면 다들 자거든요. 



D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인터뷰 즐겁고 재밌었습니다. 긴 시간 빠르게 지나갔고요. 요즘은 텍스트의 호흡이 짧아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게 있었어요. 인터뷰 읽는 걸 좋아해서,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영어 인터뷰도 찾아서 읽어보곤 하거든요. 디깅 인터뷰 시리즈가 오프라인으로 나온다면 친구들한테 선물하고 싶어요. 친구들끼리 잡지를 돌려보는 문화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