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PEOPLE l NO.9


Eddie Hwang 에디 황
(DJ/Club FF 대표)


클럽FF는 건재하고, 언제든지 모험을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서 단단하고 멋진 뮤직 씬을 만들고 싶다

에디는 못말리는 디거!


D 만나뵙게 되어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클럽 에프에프’(Club FF, 이하 ‘FF’) 대표이자 DJ인 ‘에디’입니다. 


D 어쩌다가 음악에 빠지게 됐나?

잡지. 어렸을 때부터 팝 음악 잡지 같은 걸 보면서 오아시스, 스웨이드, 블러, 라디오헤드를 좋아했다. 리스너였지 뭐.


D 클럽 운영과 DJing,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2002년 즈음 나는 다음 카페 ‘영국 팝 카페’라는 곳의 회원이었다. 2003년~2004년 경부터 그곳의 운영자, ‘마스터’를 했다. 당시에 그 카페 회원 수가 2만 명, 3만 명까지 됐고, 구하기 힘든 영국 팝 음악과 희귀한 브리티시 록 영상을 회원들끼리 거기서 많이 올리고 들었다. 그때는 유튜브가 활성화된 상태가 아니었거든. 지금은 불법이지만 예전엔 클럽박스를 통해서 음악이나 뮤직비디오, 영화를 다운받는 시스템이 있었다 (웃음). 어느 날 ‘흐지부지’라는 클럽에서 디제잉 제안이 왔다. 흐지부지는 영국 음악을 많이 디깅하는 데였다. FF 옆 건물 3층에 있었던 거, 원래는 이 골목에 후카 바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 건너 지하가 흐지부지 Hodge-Podge였다. 

어릴 때 나는 나이트 클럽만 다니다가 서울에 와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돌아다니니까 너무 신기한 거다. 홍대에는 라이브 클럽들, 드럭 DGBD 같은 곳, 춤추는 클럽, 작은 클럽, 발전소나 언더그라운드 같은 게 있었고, 그런 게 신기했다. 


DJ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록을 틀고 싶어서였다. 여기 가까운 곳에 어떤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LP바가 하나 있는데, DJ가 음악을 트는데 나이트 클럽 음악이 아니라 라이브 음악, 록 음악이 나오는 거다! 너바나, 그린데이가 나오니까 나도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클럽 직원으로 일하면서 디제잉을 배웠다. 그때 홍대 쪽에 루머가 하나 있었다. ‘대형 클럽이 하나 들어온다’. 그게 코쿤이거든. 그때 흐지부지 단골이었던 ‘펑키 펑키’, 여기 Club FF 사장님을 찾아가서 ‘모던 록 댄스 파티’ 같은 걸 기획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대는 나이트클럽이 아니다’, 그게 부제였다. 하하. ‘홍대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되지 않겠냐’ 하는 취지에서. 


밴드는 허클베리 핀, 레이지본, 로켓 다이어리를 섭외했다. 오프닝으로는 오아시스 트리뷰트를 할 수 있는 팀을 구했다. 폰부스. 밴드는 네 팀이 공연하고, DJ는 나랑, 다른 FF 디제이 형, ‘핫 뮤직’의 어느 기자 한 명. 근데 그게 열자마자 줄이 저 옆에 세븐일레븐 편의점 넘어서까지 간 거다. 600명이 넘게 왔다. 그때 마침 내한 공연을 하는 팀이 있어서 내한 팀의 이벤트도 만들었다. ‘도시락’(KT에서 만든 음원 사이트), 도시락에서도 협찬을 받았다. 그걸 계기로 여기 FF에 정착하게 됐고, 그걸 계기로 FF를 록 클럽으로 바꿨다. 나는 음악을 엄청 액티브하게 즐기고 싶어하는 편이라서 막 신나고, 에너지 넘치고, 그런 걸 원했거든. 그래서 공연 때 록큰롤, 특히 심야 타임에는 외국 밴드들을 적극적으로 섭외했다.

D 그때 그렇게까지 한 이유가 알고 싶다. 

사실 꿈이 있었다. 어렸을 때 음악에 대한 막연한 꿈, 욕심은 다 있잖나. 스무 살 때는 밴드도 해 봤다. 공연은 안 해봤지만. 어릴 때부터 음악 쪽에 관심이 많았고, 밴드 매니저 욕심도 있었다. 나는 영국 쪽 음악을 좋아하니까, 롤 모델은 비틀즈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 Brian Epstein. 그리고 맨체스터의 ‘하시엔다’ Hacienda를 만든 **토니 윌슨 Tony Wilson. 그러다 보니 런던이나 뉴욕 클럽 같은 걸 구상을 한 거다. 



*브라이언 엡스타인 Brian Epstein은 영국의 음악 사업가로 비틀즈의 매니저다. 비틀즈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다섯번째 비틀'로 자주 불린다. 

* 토니 윌슨 (앤서니 윌슨) Anthony Wilson은 그라나다 텔레비전 (Granada Television)과  BBC의 영국 레코드 레이블 소유자,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인, 클럽 매니저 및 기자다.

 


브라이언 앱스타인 Brian Epstein
브라이언 앱스타인 Brian Epstein
앤서니 윌슨 Anthony Wilson
앤서니 윌슨 Anthony Wilson




나는 FF를 기존의 클럽들과 다르게 꾸미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FF도 17년이 됐지만 밴드 공연 할 때 오는 손님들이랑 DJ 타임에 오는 손님들이 완전히 다르고, 그런 게 또 재미있는 거. 다행히 디제잉을 조금 할 줄 알아서 쉽게 시작했다. 인디 쪽에 완전 초짜였는데 운이 조금 좋았다. FF에서 처음 일할 때는 한국 인디 음악을 잘 몰랐다. 크라잉넛이랑 노브레인이 다인 줄 알았다. 하하. 조금씩 조금씩 디깅하다 보니 좋은 밴드들이 FF에서 많이 공연했다. 홍대 씬 제2의 전성기라고 하는 시대를 빛내준 검정치마, 국카스텐, 갤럭시 익스프레스… 그런 팀들이 다 여기서 (공연)했다. 문샤이너스도 있었고, 칵스, 고고스타도. 로큰롤, 개러지 쪽은 FF, ‘클럽 스팟’은 펑크 밴드들의 성지였다. 내가 원하던 그림대로 일이 풀려갔다.


D 록 음악에는 어떤 매력이 있기에?

록의 최고 매력은 에너지다. 밴드 음악, 기타가 있고 드럼이 있고 베이스가 있는 그 밴드 사운드가 정말 에너지 넘치잖나. 그래서 좋다. 몇십 만 명의 관중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게 록이라고 생각한다.


D 라이브클럽 운영이 본인에게 주는 매력을 꼽자면?

밴드를 맨 처음에 볼 수 있으니까 그게 제일 좋다. 내가 먼저 디깅해서 그분들이 공연을 자주 하게 되면, 그다음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 좋은 밴드들을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소개해줄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될 때 제일 자부심 있다. FF는 주 5일을 운영했으니까 평일에도 공연할 수 있고, 평일에서 주말로 가면서 공연하는 팀들이 나중에 더 잘 될 수 있게끔 하는 것, 그게 보람이 크다. 내가 이 밴드가 좋다, 그럼 레이블들에 연락해서 공연 보러 오라고 얘기한다. 주변에 적극 알리고 그러는 거, 그게 매력? 



클럽FF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407-8 -

사진 (Club FF 컴필레이션 앨범)
사진 (Club FF 컴필레이션 앨범)

D FF에서 낸 컴필레이션 앨범을 재미있게 들었다. 이런 식의 프로젝트를 더 진행할 계획이 있는지?

와. 잊고 있었던 건데. 컴필레이션을 또 진행할 생각은 물론 있다. 10년 전에 클럽 ‘재머스’랑 ‘빵’이 먼저 컴필레이션을 냈고, 우리도 녹음실에 밴드들이랑 같이 가서 녹음을 했다. 서교그룹사운드, 문샤이너스, 갤럭시 익스프레스… 몇 팀은 ‘버블검’ 녹음실서 녹음하고, 몇 팀은 다른 데서 녹음해서 결과물을 취합해 CD를 발매했다. 컴필레이션을 한 이유는 돈을 벌자기보다는 FF의 색깔을 알리자는 취지였다. 여기저기 나눠줘서 ‘우리는 이런 음악 좋아한다’를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D 에디의 기억에 남는 공연?

FF 15주년 때의 공연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토요일날 마지막에 노브레인이 공연할 때, 그때 뭐라고 해야 되나. 내가 술 취해서 뻗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 긴장이 확 풀리면서 바닥에 뻗었지. 


D FF의 형제 격인 이태원의 뮤직 펍 ‘펫사운즈’와 ‘부기우기’ 소개도 부탁드린다.

펫사운즈는 순수 뮤직 펍, 음악 바의 컨셉을 가지고 시작했다.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의 신청곡을 받아서 틀어주고 하는 곳 말이다. 무대 옆 스크린을 이용해서 얼터너티브 록, 인디 팝 뮤직비디오를 많이 틀어놓는다. ‘부기우기’는 원래 ‘김치사운즈’라는 곳이었는데, 인수하면서 동생이 재즈 음악 공연을 기획하고 싶다고 해서 재즈 쪽을 많이 다루고 있다. 재즈 장르는 특정 뮤지션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기보다, 재즈 라이브 자체를 즐기는 팬이 많더라. 우리가 부기우기에서 제일 많이 하는 팀은 ‘김오키’. 거의 매달 하는 것 같다. 

How To Dig

D 디깅하는 방법? 

예전에는 LP판을 보면서 디깅했고, 요새는 유튜브나 스포티파이인 것 같다. 아내가 외국인이다 보니 나는 2003년, 2004년부터 스포티파이를 계속 이용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음악이 쭉 잘 이어지는 플레이리스트가 많이 생성돼 있다. 디제잉을 하려면 좋은 음악도 많이 알아야 되지만 그 좋은 음악이 ‘대중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가’도 잘 알아야 하는데, 스포티파이에서는 그 뮤지션의 탑 5곡 같은 걸 쉽게 찾을 수가 있다.


D 스포티파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그냥 디깅하면 된다 (웃음). 예를 들어 1975의 플레이리스트들을 눌러보면 1975랑 바이브가 비슷한 뮤지션이 같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chs’같이 칠 Chill한 음악을 듣다 보면 크루앙빈 같은 아티스트가 이어져 나온다. 비슷한 느낌의 아티스트를 쉽게 찾을 수 있어서 디깅하기 좋다. 


D 가장 좋아하는 해외 아티스트 Top 3를 꼽는다면?

하하. 그걸 어떻게 생각해! (한참 고민) 롤링스톤즈, 스톤로지스, 클래쉬. 토킹헤즈도 좋아.


D 10년 전과 현재, DJing을 할 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악틱 몽키스, 킬러스, 프란츠 퍼디난드, 스트록스, 리버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 손님으로 오는 청년층들은 이모(EMO) 록을 좋아하더라. 마이 케미컬 로맨스, 폴 아웃 보이, 패닉 앳 더 디스코, 그린데이… 요새 이모 정서가 다시 많아지는 건가 싶다. 힙합 하는 사람들에게도 이전보다 이모 정서가 커진 것 같이 느껴진다. 아, 또 하나의 특이점. 한국 친구들은 보통 오아시스를 되게 좋아하는데 정작 영국 친구들이 오면 오아시스가 나오면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누가 오아시스 말고 ‘파라모어’ 틀어달라고 한 적도 있고. 하하. 



<DJ Eddie's Playlist For Diggers>


Oasis - Wonderwall

The Offspring - Original Prankster

The Killers - Somebody Told Me

Green Day - Holiday

Nirvana - Lithium

Franz Ferdinand - Take Me Out

Fatboy Slim - Praise You

Jet - Are You Gonna Be My Girl

The Strokes - Last Nite

Avril Lavigne - Sk8er Boi



D 전자음악의 시대, 힙합의 시대, 트로트의 시대다. 록의 매력이 반감된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나?

시대가 좀 바뀐 것 같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음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다 보니까. 요새는 뭐든 혼자서 뚝딱 할 수 있으니까, 이런 문화가 점점 사람들의 성향이랑 안 맞아지는 게 아닐까. 마음 잘 맞는 사람 네 명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밴드 잘 깨지잖나. 하하. 그러니 차라리 혼자 다 하는 게 속 편하지. 


그리고 요즘에는 록을 접하기가 쉽지 않아서 청년 세대들이 기타 사운드가 센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익숙지 않은 거다. 큰 앰프 사운드가 낯설지 않나. 그래서 나도 로큰롤 스피릿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DJ 일을 하면서 록 말고 다른 장르도 안 틀 수가 없다. 록의 전성기는 아마 70년대 아니었을까? 근데 난 그런 유행이 돌고 도는 거라고 생각한다. 밴드 음악 씬에서 너바나 같은 스타가 나오면 다시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


그래서 미디어에서 ‘슈퍼밴드’ 이런 것 하잖아? ‘일단은 좋다’고 생각한다. 미디어 노출이 중요한 게, 알려야 되니까. 밴드 문화를 일단 더 알려야 하니까. 요새 중고등학생들이 힙합을 좋아하고 많이 시작하는 게 ‘쇼미더머니’를 보고 ‘와, 나도 저렇게 될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어서인 것 같다. 그래서 록도 그만큼의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D 그동안 FF가 홍대 문화를 알리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앞으로 FF는 어떤 뮤지션들의 공연을 기획할 예정이며,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할 계획인가? 

새로운 밴드 디깅을 좀더 많이 해야 될까 봐. (웃음) 요새는 음악이 되게 좋은데 공연을 아예 안 하는 팀도 많더라. (공연)할 데가 없어서 그런가. 주변에서 ‘괜찮다’ 하는 팀이 있으면 좀 더 잘 알아보려고 한다. 옛날엔 훨씬 더 열심히 디깅했다. 이전에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할 때는 예선 팀 곡들을 모조리 다 들었다. 그때 예선 팀 중에 음악이 너무 좋은 팀이 하나 있었다. 그 팀이 블로그를 하나 하길래 음악이 너무 좋으니 제발 여기서 공연해 달라고 연락을 했다. 블로그에 글을 하나 남겼더니 CD를 들고 오겠다더라. 그때 내가 섭외했던 밴드가 ‘장기하와 얼굴들’. 첫 공연이 일요일이었고 관객이 20명이었는데, 한 달 뒤에는 100명이나 오더라.


앞으로의 자세한 계획은 거리두기가 1단계로 떨어져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엔 너무 힘들어서 관둘까도 생각했다. 하하. (클럽을) 열지를 못하니까.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가 연말인데, 처음으로 지난 연말에 오픈을 못 해서 그냥 ‘접을까’ 생각했다. ‘나 하나 접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겠어, FF가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 생각했는데 아내랑 이야기도 해보고, 주위에서 ‘FF만큼은 문 닫으면 안 된다’ 이런 얘기를 해서 이걸 좀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록밴드들의 하나의 터전이었으니까. 솔직히 사명감이라는 거, 없잖아 있거든. 올해부터 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월 첫째 주부터 한 달 동안 공연을 진행했다.


사진 (지난 2월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FF 긴급공지)
사진 (지난 2월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FF 긴급공지)

D 지난 2월 마포구청 행정 조처로 인한 이슈가 있었다. 코로나19 종식 전까지는 이제 공연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것인가?

서로서로 거리두기를 잘 하면 공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다. 보는 관점이 달라서 그런지, 많이 위험하게 생각하나 보다. 그게* 언제부터 생긴 법인지 나는 잘 모르지만, 하지 말라고 하니까 (공연) 못 하는 거지. 빨리 상황이 풀리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날 구청에서 전화가 왔다. ‘공연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하길래 왜 공연하면 안 되나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거리두기 2단계에 공연 자체를 하면 안된다는 법이 없더라. 근데 구청에서 오더니 거리두기 2단계 때에 일반음식점에서 공연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거다. 그러면서 그런 내용의 글이 쓰여있는 종이를 보여주더라. 하하.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 그날 FF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건 공연 손님들이 이 내용을 알 길이 없으니까 그분들이 설명해준 걸 그대로 공지한 거다. ‘공연은 취소됐고, 손님들은 계속 올 텐데...’ 하면서 걱정이 되니까. 


* ‘거리두기 2단계 시 일반음식점에서 공연행위를 할 수 없다’


D 작년의 FF, 어땠는지?

다섯 달을 쉬었고... 말하기 시작하면 입이 아프지 않을까? 하하. 코로나 2단계만 아니었어도 공연기획을 계속 시도했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쉬는 동안에는 온라인으로 공연할 장비들을 알아봤다. 타산이 안 나오더라. 온라인 공연도 생각을 많이 했는데 타산이 안 맞아서 아직은 못 할 것 같다. 그래도 음악 들으러 와주시는 손님들이 있어서 일단 유지하고 있었다. 음악 틀고, 신청곡 받고. 월세 내는 데 도움이 되니까 바 운영을 우선적으로 계속 하고 있다.



D 당신의 하루 일과는 대체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매일 다르다. 보통 아침에 일곱 살 막내를 유치원에 보낸다. 각각 초등학교 6, 5학년인 첫째랑 둘째는 알아서 학교에 간다. 아내는 대학 교수라 온라인 수업을 하고, 나는 TV로 좋아하는 스포츠를 본다. NBA 아침 방송도 보고, 점심 먹고, 잠깐 낮잠도 자고. 하하. 저녁 때에 일을 하는데 요새는 평일 저녁 시간대에 펫사운즈에서 일한다. 섭외는 낮이나 저녁에 디깅하면서 하고, 목, 금, 토, 일요일 밤 10시까지 클럽 영업을 하고 집으로 간다. 


코로나 이전 얘기를 하자면 원래 월, 화를 쉬고 나머지 5일에 저녁 공연을 진행했다. 평일에 FF 공연이 끝나면 이태원 펫사운즈로 넘어갔다. 거긴 새벽 세시까지 오픈했으니까. 주말에는 FF가 밤새 영업했다. 금, 토요일에 아침 6~7시까지 영업하고 내가 마지막 순서로 디제잉을 했다. 금요일이 좀 웃긴데, 밤을 샌 다음 오전 9시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 아침까지 디제잉을 하다가 만약 집에 갈 시간이 모자라면 아는 DJ한테 30분을 부탁하고 먼저 클럽에서 나온다. 바에 있다가 나와서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을 보내는데 완전히 순식간에 딴 세상이잖나. 그럴 때마다 기분이 묘하더라. 허허. 술 퍼마시고 놀다가. 기분이 참 묘하고 재밌다. 



D 하고 싶은 일이나 취미를 찾는 방법이 있다면?

글쎄... 난 그냥 운이 좋은 것 같다.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일을 쭉 하고 있으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밥벌이 하기가 쉽지 않잖나. DJ를 안 했으면 난 아예 다른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D 오래, 꾸준히 했다. 그 노하우가 있다면?

아무래도 ‘적극성’인 것 같다. 남이 무언가를 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움직이는 거. 내가 어딘가 찾아가서 ‘나 자신있다’고 설득시키고 나의 비전을 보여줘서 내 자리를 스스로 찾는 거.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남들보다 당연히, 당연히 많이 알아야지. 많이 알아야 되는데 자기가 무언가를 직접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다. 하하.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D 슬럼프가 올 때,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면?

되게 어려운 질문이네. 슬럼프… 하하. 음악 디제이로서 슬럼프가 올 땐 아무래도 많이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사람이 붐비는 클럽들을 계속 돌아다니고, 여러 가지 음악을 듣고, 술도 많이 마시고. 음악 바 여러 군데에 가서 음악을 정말 많이 들었다. ‘참고할 거 없나’ 이러면서. 계속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걸 받아들이고, 참고했다. 그런 게 슬럼프를 벗어나는 데 좋지 않을까 싶다.


D 에디에게 ‘성공’이란 것의 의미와 목표?

어떤 일을 한 지 20년, 30년이 지나서 자신을 되돌아봤을 때 그 일을 한 것이 뿌듯하고, 후회하지 않으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 봤을 때 그런 마음이 든다면, 일이든 뭐든 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D 디깅에서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다면?

아, 그분 했으면 좋겠다. 같은 업종에 있는 분이다. 되게 독특하신데, 나도 궁금한 게 되게 많거든. 클럽 쪽 일을 하시는 분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보는 롤 모델 중 하나다. 내가 원하는 클럽의 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히피토끼 (*와우산로 29길 66에 위치한 홍대의 복합문화공간)’ 사장님. 한번 갔는데 인디 감성이 ‘팍~!’ 하하. 사장님이 되게 에너지 넘치시고, FF에 맞는 감성도 많다. 취향이 약간 겹치니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악 같은 것도 궁금하다. ‘나도 저런 거 좀 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FF는 히피토끼처럼 할 수 없다. 월세도 장난 아니고... 하지만 부러운 거다. 하고 싶은 걸 하시니까. 


D 좌우명, 생활 신조?

‘존버가 승리한다’? 하하. 지금 현재는 그래요. 어떻게든 버티자.


D 지금 꿈꾸고 있는가?

그럼. 약해질 때도 있는데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지, 버티고 가야지. 


D 올해의 목표?

코로나가 없어져서, 마음 편하게 클럽을 꽉 채울 수 있는 공연? 아무런 걱정 없는 공연. 관객을 50명 정도 받고 더는 못 받잖나. 사람 꽉 찬 그런 공연 하나를 꼭 기획하고 싶다. 목표는 올해 12월인데, 가능성은 모르겠다. (웃음)

D 번외 질문 하나 하자. 신인 뮤지션들을 많이 보잖나. 공연장에 서는 신인 아티스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우라(Aura)’. 아우라를 가지세요. 행동에서 나오는 거요. 그런 건 틀에 박힌, 일반적인 생각과 마음가짐으로는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만의 세계관도 있어야 하고, 자기만의 색깔도 있어야 하고. 남들과 다른 ‘무언가’, 그게 확실히 있어야 아티스트로서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게 결국 음악으로 나오는 거고요. 


D 디깅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음… 음악을 열심히 많이 들으면 행복해진다. 음악을 들으면 언제나 좋다. 마인드 컨트롤도 되고, 치유도 되고. 열심히 ‘디깅’ 하자는 얘기죠. 한국 음악이든 해외 음악이든, 다양하게 많이 들으시길 바라요. 음악을 가까이 하셔서 많이 많이 들으시길!